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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Apr 08. 2024

확대된 나 그리고 대화

도덕경: 마무리

지혜, 목표, 의지를 비우고 환경까지 나며, 없음도 쓸모 있다고 주장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뭐라고 한다. 지혜는 필요하고, 자본주의에서 목표 관리는 효율적인 경영 관리 방식이며, 의지는 어떤 행동을 추동하는 힘이 있어 좋다는 생각이 강하다. 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사람에 따라 말의 강도를 조절한다. 지혜, 목표, 의지가 없는 사람이나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가지라고 강조하고, 넘칠 때 힘 빼고 통합적 사고를 하라고 말한다.


요즘 애들 때문에 주변 환경까지 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어쩌면 스마트폰, 컴퓨터, 애, 아내, 가족, 직장, 직원, 친구, 대한민국도 '나'다. 나는 나만의 내가 아니다. 애들도 내 일부다. 자동차를 그린다면 철로 된 틀을 그리는지 아니면 철 틀을 감싸고 있는 배경을 그리는지 헷갈린다. 사람에 대해서도 '나'라고 생각하는 게 나인지 그 주변 환경까지 나인지 구분이 안 된다. 지금 생각으로는 자아와 주변 환경 모두 나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모두 나인 것 같다. 내 몸이 외부 환경과 자의식을 나누는 경계로 빈 공간을 나누는 밥그릇 같은 느낌이다.


큰애가 이성 간 사랑에 대해 발표한다고 했다. “사랑과 성욕은 다르고, 사랑과 의지하는 마음은 다르다. 사랑은 성욕이 내재된 아끼는 마음이다. 사랑은 아끼는 사람을 만나면 성욕이 생기므로 사랑을 감정의 현상이다.”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빠에게 의견을 물었다. 큰애의 고민을 내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대답했다. “아빠도 사랑은 아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 진짜 사랑하면 소유하지 않아. 상대의 개성을 존중하지. 상대의 단점까지도 사랑해. 그러나 사랑을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철저히 구분할 수 없어. 정신적인 것은 몸이나 현상으로 나타날 때 의미를 가져. 정신적인 것은 홀로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서로 의존하고 공존해. 아끼는 마음은 상대에게 부드럽게 말하고, 시간과 돈을 쓰며, 육체적 관계를 통해서 나타나니까. 사람에 따라 제 각각이야. 사랑하는 사람끼리 성욕을 품을 수도, 품지 않을 수도 있어.


이성을 만나 좋아하는 것은 마음의 현상이야. 좋은 감정이 들어, 집안이나 성격이 좋다고 생각해, 외모가 너무 매력적이므로 사랑의 싹이 틀 수 있어. 사랑이 좋아하는 감정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야.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특히 사랑을 유지하는데 감정만으로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감정은 수시로 변해. 처음에 서로 미친 듯 좋아할 수 있지만, 사랑을 유지할 때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지. 그런 노력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 아빠 생각으로는 사랑에 성욕이 꼭 내재될 필요가 없고 감정만의 현상이 아닌 것 같아. 사랑에 감정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의지도 개입되어 감정 현상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


둘째는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 둘째는 자신의 몸과 정신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도 둘째의 일부인 것 같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둘째에게 문제가 있는가? 문제가 있다. 주변 환경까지 둘째지만 스마트폰만 편애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해야 환경을 제대로 포용하고, 온전하다.


또 다른 '나'인 애들이 앞으로 문과나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이과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철학, 미술, 음악, 문학 등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문과 체질이다. 문과에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회계, 법, 예체능 등이다.


회계는 앞 부문의 기획, 생산, 영업 등의 일이 벌어진 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업무다. 따분함과 평범함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못 받아들이는 애들은 회계 관련 일에서 따분함을 느낄 수 있다. 법을 다루는 직업을 애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애들 성격이 원칙을 고수하고, 고집이 센 편이다. 잘 맞기는 할 텐데 그 일 하고 살면 법 논리, 증거와 돈 위에 사람이 있음을 잊고 차갑고 고집이 더 세질 것 같다.


세상의 흐름이 문과 쪽이 아니다. 밥벌이하며 소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밥벌이는 이과 계통에서 하고 좋아하는 일은 돈 써가면서 취미로 삼았으면 한다.


인생을 균형을 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문과 계열을 좋아해 그쪽에 집중하면 빠진다. 빠지다 보면 현실성이 없거나 논리가 밑받침되지 않은 주장을 할 수 있다. 문과의 논리만으로는 세상을 설득하기 어렵다. 이과 계열 일을 하다 보면 성향이 보완되는 것 같다. 문과 기질과 이과 직업의 균형을 잡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아 살기를 바란다.


물론 애들이 문과를 선택하겠다고 하면 막지는 않겠다. 문과의 특성이 있는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그 안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고, 그 애들의 앞날은 자기 자신조차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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