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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Dec 06. 2022

기묘한 타인의 삶을 비추는 책들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심리치료_그_30년_후의_이야기


이 책은 평생 정신분석과 심리치료를 해온 저자가 과거의 인상적이던 내담자들을 다시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저자인 아케렛은 치료 후 30년 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심리치료가 그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책에선 다섯 명의 내담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부러 상상하기도 쉽지 않을 기묘하고 낯선 인생의 이야기. 논픽션.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내를_모자로_착각한_남자 가 떠올라서 함께 읽었다.(악취미일 수도 있는데 나는 비슷한 책을 섞어 읽는 걸 좋아한다. 뭔가 대토론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두 책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다. "인간은 그럴 수도 있다."


두 책 모두 인간의 정신에 대한 경이와 존중을 말하는데, 나아가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는 인간이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면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던 다섯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두고 보자니 더욱 그랬다. 시간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시간은 때로는 직선으로 흘러가버리기도 하고 원으로 수렴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존재'인 건 누군가가 사는 시간의 모양을 타인은 결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묻는 것 같다. 나아진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가? 변한다는 개념엔 정말 방향성이 있는가?




대학교 1학년 때 정신분석 전공 수업을 들었다. 타과생이었던 내가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것엔 그때 읽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책과, 이 책을 알려주신 정신분석 수업 ㅈ교수님 영향이 컸다.

교수님은 그랬다. “심리학이란 게 되게 웃겨요, 누가 뭘 연구하나~ 보면 보나 마나 자기한테 문제 있는 걸 연구한단 말이에요? 발달 심리 하는 사람은 발달에 문제가 있어. 범죄 심리하는 사람은 반사회적 성격이 많아. 진짜 그렇다?”


그땐 그 말이 그냥 재미있게 들렸는데, 생각해보면 그게 참 명언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살면서 계속 확인해가고 있으니. 심리학 얘기만이 아니다.


살다가 어딘가에 발이 걸려 넘어가지 못하는 그 지점에, 분명히 마음도 걸려 있다. 절대로 못 견디겠는 일,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상대의 어떤 점은 내가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나의 모습을 반영한다. 자꾸 눈에 밟히고 벗어나기 어려운 어떤 지점. 그 지점에 엑스표를 치고, 파 내려가면, 내가 가진 핵심 문제가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심리 논픽션에 빨려들어간다. 정신을 뒤흔드는 진동을 느낀다.

그건 아마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그들의 삶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모아지는 이야기, 그리고 인간에 대해 말하는 저자의 태도가 비스듬히,,, 나의 핵심문제를 비추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내면의 문제가 너무 뒤엉킬 때. 타인의 삶에서 맥락을 짚내는 독서가 도움이 된다.


저자인 아케렛은 에리히 프롬에게 수련을 받았는데 프롬에게서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정신분석은 치료가 아니라 자아를 이해하는 도구… 삶의 기술에 쓰이는 도구라고 간주해야 한다. 프로작(우울증 치료제)은 결코 할 수 없지만 심리치료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내담자에게 그 자신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 그 지식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그 욕망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인지, 외적인 현이 초래하는 어려움과 내면의 공상이 초래하는 어려움의 차이가 포함될 것이다." (3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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