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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Sep 01. 2023

#1. 새벽 다섯시 반에 집을 나서면 보는 것

새벽 수영 1일차

새벽 5시5분에 일어나 앉았는데 밖이 캄캄했다.

"거짓말....이렇게 깜깜한데 밖을 나가야한다고......? " 한탄 소리에 깬 남편이 잠결에도 "응..자 얼른 가자" 라고 화이팅을 해주었다.


5시 20분, 길에 개미 한마리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아서 놀랐다. 나는 일산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한산한 편이었지만 반대로 일산에서 서울로 나오는 차선은 꽤 북적하다. 출근을 이렇게 빨리 하는걸까? 생각보단 활기차지만 그래도 확실히 항상 보던 풍경과는 느낌이 다르다. 공기가 산뜻하고 새것 같은 기분. 이 어둠이 해질녘의 것이 아니고 새벽이며 아침이 올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다. 잠탱이가 이 시간에 밖에 나왔어. 진짜...?

강사 김미경님은 "엄마는 사는게 막막하면 새벽기상을 하라고 하셨다"고 하던그게 뭔지 알것 같다. 새벽기상해서 모닝 페이지도 자주 하긴 하지만.... 새벽에 집 밖에 나오는 건 또 다른 활력을 주는 것 같다.


수영장 건물에 도착하니 5시 40분.

건물 정문은 잠겨있고 7단지쪽 작은 문으로 들어가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앞뒤로 수영 가방을 든 사람들이 총총 걸어가고 있다. 기분이 묘하다.


6시

샤워를 하고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세상에 너무 상쾌하고 너무 춥다. 그리고 사람이 정말 많다!

등록할 때도 오픈런을 하고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등록을 하면서 나빼고 사람들이 다 열심히 사는가보다 놀랐는데 오늘도 놀랐다.

하지만 수영도 운동이니까, 아마 이 중에 끝까지 생존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 생존자가 되리라. (다짐)



수영을 배우는 건 처음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모 센터 올챙이반에 등록했다. 내가 한건 아니고 엄마가 했으니까 등록 당했다. 그러나 모두가 개구리반에 갔지만 나는 올챙이로 남았다. . . 힘을 빼야지! 소리치는 강사와 힘을 빼면 가라앉는단 말이에요... 울먹이는 내가 기억나네.


나는 과연 이번에는 개구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모자도 앞뒤를 몰라 옆으로 쓰고 키판 위아래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완전 기초반에 은근히 많았다. (선생님이 지적해 주셨다.) 음 오케이 오히려 좋아. 나만 못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야...  


준비체조를 하고 키판을 잡고 물 속을 세 바퀴 돌고 음~파 를 연습하고 물속을 음~파 하면서 두 바퀴 돌았더니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힘든 거 하나도 없는데 왜 다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거에요?" 강사님이 물었다. 하하하하

중간쯤에 몹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주 상쾌하고 뿌듯한 기분이다.


샤워하고 나왔는데 아직도 7시!

와나.. 이 뿌듯함 어쩌지..



집에 와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새벽 수영하면 엄청 배고프다고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작가님이 그랬는데... 배가 안고픈 건 아직 수영다운 수영을 안해서겠지? 아 참 나 나갈 때 미숫가루 타먹었지. 언제 어디서나 배고플까봐 먹을 건 되게 챙기는 편...

*요즘 아침으로는 주로 찐 당근과 사과를 갈아 먹었다.

근데 채소를 갈면 세포막이 파괴된다나 어쩐다나 해서 요즘은 그냥 씹어 먹는다. 당근 좋아하는 나도 이건 좀 힘들긴 한데 사과랑 먹으면 그래도 뒷맛이 고소해서 할 만 하다. 남편은 완강히 거부. 갈아서 먹는다.


수영으로 아주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월수금 한 달간의 새벽수영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월말의 생존자가 되기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서다. 개근을 한다면 12개의 글을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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