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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Sep 08. 2023

#4. 기절

새벽수영 4일차


#새벽수영 4일차 


오늘은 거의 눈을 감을 채로 밖을 나왔다.

눈을 번쩍 뜨면 금요일이 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금요일은...

새벽에 한 시간 수영을 다녀와서 아이들 학교를 보낸 다음에 또 몸살림 운동을 가는 날인 것이다.


내가 뭐 운동에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오늘 아침은 공기가 갑자기 너무 차가웠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삐딱한 생각이 튀어나온다.

워워.


금요일 오전의 몸살림은 사범님과 나 다른 한 분 이렇게 셋이서만 하는 단촐한 수업이다. 

*몸살림은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요가와 필라테스의 중간 정도. (해본 적은 없지만) SNPE와 거의 흡사한 것 같다.


우리는 운동을 하면서 곧 친해졌다. 60대 50대 40대인 우리를 묶어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엄마라는 점, 운동 후에 항상 먹으러 가는 돼지 두루치기가 끝내주게 맛있다는 점, 그리고 운동에 진심이라는 점.


사범님은 당연히 진심이고 다른 한 분은 사범님만큼 잘하시는 분이라 그렇고 나는,,,,,죽지 않으려고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라 운동에 진심이다.


몇 달간 몸살림을 하면서 틀어진 척추 뿐 아니라 골반과 뼈 근육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몸도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좀 살만해 지는 바람에 그만

수영을 해 보겠다는 용기가 난 것이겠다. 수영을 추가하며 체력을 뭔가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비장함으로.....


런데 문제는 내가 수영과 몸살림을 병행할 수 있는가?다.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수업 시간을 훌쩍 넘겨서 2시간 가까이 운동 수업을 해주시는 사범님은 진짜 너무 감사하지만......수영 후에 또 가야하는 긴 운동은 그전과는 달리 버겁게 다가왔다. 수영가는 길 유난히 몸이 좀 무거웠던 건 이 운동이 오늘의 마지막 운동이 아니라는 부담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pinterest



키판잡고 음파 하며 걷기. 발차기. 키판 잡고 발차며 돌기 한 후에

오늘 새롭게 나간 진도는 떠있는 상태로 호흡을 이어서 하기다.


발차기를 하며 몸을 띄운 상태로 고개만 들었다 넣었다 하면서 호흡을 이어가는 일은 진짜 진짜 어려웠다.

첫 3번의 수업이 만만하고 물의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어서, 내가 숨을 참는 일을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잊고 있었다.


물 속에서 음~~10을 세고 올라와서 파!를 하라는데 욕심대로 10을 채우다가 물을 꿀떡꿀떡 마셨다.

선생님이 보고는 10 안해도 되니까 숨차기 전에 그냥 올라오라고 했다. 숨차기 전이라 하면 2,3정도밖에 안되는데 그러다간 너무 많이 까딱거려서 목디스크가 오고 말 것이다. 아참, 나 벌써 그거 있지


할 수 있어. 다들 하는 일이야. 물은 무서운 게 아니야. 여기선 절대 죽지 않아. 물은 아무 잘못이 없어.




생각하다가 아니 그런 생각조차 버리자고 마음 먹는다. 공포심이 스며들수록 기계적으로 배운 것을 몸으로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수영머신이다.




수영머신인 나는 쉬지 않고 동작을 반복한다. 옆에 있던 보라님이 이것저것을 알려주신다. 발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라거나 배에 힘을 줘야 한다거나.... 그러곤 내 어깨를 잡아줄테니 다시 해보라 한다. 어깨가 자꾸 뜨기에 하는 말이겠다.


그렇게 번을 하다가 또 호흡이 막혀서 나는 꿀꺽꿀꺽 물을 마신다. 울고 싶어진다.

어디서 듣기론 수영장 크기 만큼의 물을 다 마셔야 수영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거라던데....그게 비유나 농담이 아니었단 생각에 이른다.


물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끝날 시간이 되니까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확실히 뭔가 하긴 했단 말이겠다. 나른하고 막막하다. 영혼을 잃은 내 얼굴을 보신것인지, 선생님이 또 말한다.


'우리 아직 힘든 단계 아니에요? 지금 그렇게 힘들어하시면 안돼요?"


나는 파핫 웃지만 이건 웃는 게 아니다.






지금 상황이 당근과 사과로는 될 일이 아니라 밥을 푼다. 아스파라거스랑 삶아뒀던 당근을 굽고 가지볶음을 곁들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9시반, 몸살림 가기 전에 딱 30분만 누워있기로 했다. 다리가 후달달하다.


신없는 꿈에 달리다가 알람에 깨어났는데 몸이 일어나지지 않는다. 안돼....하다가 스르르 정신을 놓는다. 눈을 드니까 12시 반이다. 음?

온몸이 후끈거리고 열이 난다. 재어보니 37.8도다.



아. 오늘은 진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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