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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나무 Mar 29. 2022

프롤로그

2022년 2월 16일

오늘부로 백수 16일 차가 되었습니다. 백수에게 오후 두 시란 이렇게 한적한 것이었군요. 이곳은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분당의 한 카페입니다. 딸기가 올라간 초코 케이크를 포크로 조금씩 떼어 먹으며, 나와 다른 오후 두 시를 보내고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필 오후  시일까요? 그건 아마도 회사에서 느꼈던 오후  시의 권태가 너무나 강렬했던 탓이겠지요. 백수가 되기 , 사무실에맞이하는 오후  시는  하루  가장 절망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공기는 멈춘 것처럼 나른하고, 가습기는 반복적으로 하얀 김을 내뿜고,  밖으로는 정오의 해가 마지못해 기울어지는 시간이었죠.  멀리서는 전화 벨소리와 작은 말소리들이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이렇게 지긋지긋한 하루를 한나절이나  버텨야 집으로   있다니.  막막함과 무력함을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겨우 이 정도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절망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온한 일상이란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오후 두 시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안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니까요.


당신의 오후 두 시는 어떠한가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식곤증와 사투 중일까요? 고약한 손님이나 민원을 응대하고 있을까요? 시끄럽게 자판을 두드리며 자료를 만들고 있을까요? 동료와 메신저로 조잘거리거나 이른 간식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요. 어쩌면 이 글을 읽을 겨를도 없이 바쁜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오후 두 시가 궁금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메아리처럼 돌아올 당신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조심스레 나의 안부를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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