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6일
오늘부로 백수 16일 차가 되었습니다. 백수에게 오후 두 시란 이렇게 한적한 것이었군요. 이곳은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분당의 한 카페입니다. 딸기가 올라간 초코 케이크를 포크로 조금씩 떼어 먹으며, 나와 다른 오후 두 시를 보내고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왜 하필 오후 두 시일까요? 그건 아마도 회사에서 느꼈던 오후 두 시의 권태가 너무나 강렬했던 탓이겠지요. 백수가 되기 전, 사무실에서 맞이하는 오후 두 시는 내 하루 중 가장 절망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공기는 멈춘 것처럼 나른하고, 가습기는 반복적으로 하얀 김을 내뿜고, 창 밖으로는 정오의 해가 마지못해 기울어지는 시간이었죠. 저 멀리서는 전화 벨소리와 작은 말소리들이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이렇게 지긋지긋한 하루를 한나절이나 더 버텨야 집으로 갈 수 있다니. 이 막막함과 무력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겨우 이 정도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절망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온한 일상이란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오후 두 시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안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니까요.
당신의 오후 두 시는 어떠한가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식곤증와 사투 중일까요? 고약한 손님이나 민원을 응대하고 있을까요? 시끄럽게 자판을 두드리며 자료를 만들고 있을까요? 동료와 메신저로 조잘거리거나 이른 간식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요. 어쩌면 이 글을 읽을 겨를도 없이 바쁜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오후 두 시가 궁금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메아리처럼 돌아올 당신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조심스레 나의 안부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