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마음먹었던 그 겨울, 평소 알고 지냈던 도자기 작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브런치 글을 읽었는데 말이야, 언니랑 무슨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싶어”
이야기를 좀더 들려주기 전 우리의 관계를 짧게 정리해 보겠다.
그녀가 운영하는 브랜드, 롬아카이브의 목화 컵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둘러보다 발견한 그 컵은 아주 작은 미색 바탕의 원통형 모양으로 몽실몽실한 목화모양의 손잡이가 깜찍하게 달려있었다.
그 독특하고 소담한 작은 컵에 매료되어 그 컵을 구매하게 되었고, 그 작가가 친구의 친구라는 사실은 나중의 일이었다. ( 세상은 역시나 좁다 ) 그 인연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밥도 몇 번 먹은 그런 사이였다. 그러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무슨 프로젝트’라는 것은 아주 낯설고 그래서 설레는 단어였다.
그 무슨 프로젝트가 초여름날 작은 팝업스토어가 될지 그때의 우리는 몰랐다. 명확한 주제 없이 일상의 생각을 풀어놨던 그 글 중 하나를 친구가 읽었고, 공감했고, 그렇게 나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사실 친구는 내게 팝업스토어의 리플릿 글귀만 부탁했었는데, 직감적으로 내가 쌓아왔던 것들을 풀어놓을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가 요청하지도 않았던 기획안을 만들어 들이밀었다. 어떻게 보면 ‘오버’였고, 어떻게 보면 ‘적극성’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후자로 받아들여 줬다.
이런 목소리로, 이런 색깔로, 이런 그림으로 고객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어.
친절하고 정중했으면 좋겠지만, 너만의 애정과 사려가 담겨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어설프지만 열심히 작성한 기획안이었다.
대표가 곧 그 브랜드인 그런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에 자신을 온전히 녹인 그런 브랜드 말이다. 롬아카이브가 그런 브랜드였다, 그녀처럼 세심하고, 예민하지만 사려 깊은. 그녀가 빚는 도자기가 그러했고 그녀가 꾸리는 공방이, 인스타그램이 그러했다. 나는 여러 채널에서 느꼈던 브랜드에대한 나의 감상이 팝업스토어에도 그대로 녹아들길 바랬다. 내가 목화솜 컵에 반했던것 처럼, 다른이들도 한 눈에 반하길. 그런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