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안 와서 개발을 시작하다.
전 글 "창업을 망해봤다, 그것도 두 번이나,"에서 말했듯, 나는 창업을 망했다.
두번쨰로 도전해본 아이템은 프랜차이즈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살면서 나의 가치관을 바꿔준 책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의 추월차선"이다.
거기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은 구매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판매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중요함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데, 꽤나 마음 깊이 박혀서 지금도 어떤 문제가 있을 땐 문제의 본질이 무엇일까,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혼자 공상에 빠지곤 한다.
내가 해결해보고자 했던 문제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있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인구만 명당 외식업체가 123개로, 2위인 66개인 중국과 비교해도 약 두배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외식업에 종사한다.
왜 이렇게 외식업계가 많을까?
특이점으론
- 외식업계의 사업주의 평균 연령이 52세라는 점이다.
- 가업으로 이어받아서 하는 사람이 4%밖에 되지 않는다.
- 전문 자격증이 있어서 해당 업종을 선택한 사람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이미 많이 경험한 바로 많은 분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외식업계에 전문성이 없는 상태로 사업을 시작한다.
2020년 기준 외식업계의 총 사업체 수는 71만 개로 2007년 58만 개였던 거에 비하면 가파른 숫자로 올라가고 있다. 그중 27%가 프랜차이즈인 것을 감안하면 약 19만 개의 점포는 프랜차이즈일 테고, 점포 1개당 평균 창업비용인 7천만 원을 감안했을 때, 13조라는 시장 크기가 나온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정보의 비대칭을 감안한 상태로 창업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고, 그분들에게 투명한 정보제공을 통해 예비창업가와 좋은 프랜차이즈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의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공정거래 위원회에 들어가면 프랜차이즈
- 평당 매출
- 연평균 매출
- 지역별 매출
- 지역별 점포 개수
- 평당 인테리어 비용
- 집기 비용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소상공인 마당 상권정보에 들어가면 상권
- 유동인구
- 남녀 성비
- 주변 아파트 주거인구
- 주변 오피스 인구
- 해당 상권에 업종 매출액 (한식, 중식, 양식, 커피 등)
에 대한 정보가 있다.
먼저, 이 정보를 기준으로, 일단 서울에 있는 상권 리스트를 추출하고, 상권마다 유동인구 + 업종 매출액을 기준으로 1~9등급의 상권으로 나누는걸 먼저 진행했다. 프랜차이즈 정보도 다 모아서 가장 투자비용 대비 매출액이 가장 높은 업종이 무엇인지, 가장 높은 브랜드가 무엇인지 등을 리스트로 만든 후에, 꽤 괜찮다고 판단되는 프랜차이즈에는 예비창업자 인척 전화해서 몇몇 점포에 현재 매출액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그 정보를 잘 정리해서 약 6개월 동안 서비스를 직접 제작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내가 생각한 수익모델은
1. 이런 정보를 제공해서 많은 사람들을 모으면 프랜차이즈 업체가 광고를 의뢰할 것이다.
2. 프랜차이즈와 제휴를 진행해서, 우리 서비스를 통해 유입이 된 유저는 가맹비의 일부를 셰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익모델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1. 업체가 광고를 할 경우, 최초 목적인 정보의 투명성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2. 이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가능하겠지만, 너무 나중에 일이었다.
약 9개월 동안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개발, 디자인, 홍보 등 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치게 되었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인 건 저번처럼 오프라인 창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추가된 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부딪치면서 배운 게 꽤 여러 개가 있는데,
1. 모든 걸 혼자 할 생각을 하지 말 것.
주변에 많은 성공사례들을 보면, 서비스를 내자마자 대박이 난 거처럼 보이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경우, 인고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어떠한 서비스가 정상궤도에 올라온다는 걸 알았다.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steady가 가장 중요한데,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다 보면 체력이 모자라 다는 걸 느꼈다.
2. prototype 말고 pretotype으로 진행해볼 것
내가 만든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프로토타입으로, 내가 생각한 꽤 많은 기능을 이미 탑재시킨 후에 서비스 론칭을 했다. 배달의 민족이 사실은 처음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 주문을 해당 사장님들에게 직접 전화를 했듯, 진짜 수요가 있는지에 대해 최소의 input으로 검증을 해보고 prototype 서비스를 만들었으면 피벗을 좀 더 많이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3. 수익모델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볼 것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는 "사람만 많이 모으면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 컸던 거 같다. 서비스가 점차 완성되면서, 사람을 많이 모은다고 해결이 될까..?라는 질문이 생겼지만 사실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비스를 런칭한다는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생각보단 좀 더 힘들었고, 생각보단 배울게 더 많았던 거 같다. 최근에는 비사이드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 서비스가 몇 개 생기는 거 같다.
이 글을 읽는 많은분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한번 제작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