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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y 27. 2023

너의 자리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 관대할 때까지만 허용되는.

사촌동생이 결혼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라 별이를 데려갈지 말지 백만 번 고민했다. 결국 별이는 아이 아빠에게 맡기고, 친정엄마와 큰 아이 봄이만 데리고 결혼식 장소인 호텔로 갔다.


꼬박  시간이나 앉아있어야 하는 긴 자리였다. 아이들 입에는 잘 안 맞는 양식 코스로 식사가 제공되었고, 수시로 나오는 음악과 박수, 함성소리로 실내는 소란스러웠다. 청각이 예민하고 산만한 별이가 얌전히 앉아 견딜 수 있는 자극이 아니었다.  식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별이를 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경조사 참석은 언제나 숙제같은 일이었다.


 

점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장애가 있는 우리 별이의 자리는 없어지는 것 같아 조금 서글퍼졌다. 한편으로 오랜만에 눈치 보지 않고 지인들과 가족들과 수다를 떠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


 별이가 돌발행동을 할까 봐,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봐, 언제나 주의를 주고 주변을 살피는 게 일상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모처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결국 내가 마음 편한 게 최고니까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자리에 나간 게 너무 오랜만이라 모두들 입을 모아 반가워했다.


사람이 사는 것은 이런 것이었지. 느린 아이를 키우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고 살아왔구나. 새삼 생각했다. 호텔에 수많은 하객이 있었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신랑이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했다. 가수가 나와 축가 부르고, 개그맨이 사회도 봤다. 연예인을 보는 건 처음이라며 봄이는 마냥 신기해했다. 동생을 신경 쓰지 않고 엄마를 독차지해서 그런지 봄이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이가 크고 있고, 많은 게 변하고 있다. 별이는 별이에게 편한 환경에서 마음 편히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자꾸 별이를 숨기는 게 아닌가 한 번씩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자폐인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일까. 특수학교에서 자기네끼리 모여 공부하고 살아가는 게 과연 이 사회 속에 섞여 사는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의문이 커져가지만, 결국 사람 적고 한적한 곳만 찾아다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점점 길에서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다.


좁아지는 발달장애인의 입지를 간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뭘 위해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이 맞는 것이고, 무엇을 위해 맞서야 하는 것인지. 호자는 어디까지, 어느 시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면 과연 무엇이 변할는지. 혼란스러운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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