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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희 Jan 04. 2019

유럽의 아트북 페어 참가기 1

유럽 아트북 페어 - 벨기에 겐트 아트북 페어, 독일 베를린 미스 리드

영국에서 그래픽 디자인 대학원을 다닐 때 주된 관심사였던 책 디자인을 구경하러 아트북 페어가 열릴 때면 꼭 들르곤 했다. 그곳에 가면 신간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당연했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궁금했던 출판사의 편집자, 디자이너, 아티스트 또는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017년 일 년간 유럽의 크고 작은 북페어를 돌아다니며 만난 총 39명의 아트북 디렉터, 퍼블리셔, 방문객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2018년 5월에 한국에서 ‘책 속의 유럽의 아트책 페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사실 이 책은 좀 더 폭넓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한글과 영문이 같이 쓰여 있다. 책이 나온 후 방문객이 아닌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런던에 거주하며, 직접 이 책과 함께 유럽의 아트북 페어에 참여했던 경험에 대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그동안 유럽에서 참가했던 아트북 페어의 기록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1. 겐트 아트북 페어


내가 만든 게 세계에 통할까?


사실 이 책은 북페어 기간은 보통 2~3일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유럽의 북페어를 관람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록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처음 시작했었다. 하지만, 2~3일이란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대화, 정보가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그런 현장을 캡처하고 다양한 배경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면, 이런 기록 하나하나가 언젠가 나중에 책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어도 함께 쓰기로 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유럽에도 배포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다. 아직 유럽 시장에 아트북페어 대한 책이 없기도 했고, 분명 수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책을 들고, 작년 취재했던 겐트 아트 북페어에서 이번에는 퍼블리셔로서 참가했다. 겐트 아트북 페어는 첫 취재를 했던 북페어 이기도 했는데 딱 한 해가 지나 1년이 되던 무렵, 책이 출간되었기에 유럽에서의 책의 첫 소개를 겐트 아트북 페어에서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이 이야기와 다른 책 작업 소개를 담아서 디렉터에게 지원서를 보내 참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영국의 공휴일이 끼어 있는 샌드위치 휴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런던에서 일하다 여유를 내서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벨기에의 겐트 아트북 페어에 참가했다. 그리고 겐트 아트북 페어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페어이긴 하지만, 겐트 시에서 지원을 해주기에 무료 참가이기도 했다.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유럽에서 막 좋아지는 5월이었다. 그래서인지 피크닉을 간 사람이 많아 방문객은 적었다. (오히려 다른 유럽 북페어에서는 장마 비 같은 비가 내렸던 날, 관광객을 포함하여 그 도시에 머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 책은 아트북에 관심이 있는 독자층을 고려해서 쓴 책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직접 아트북 페어에 나가서 독자를 만날 때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독자는 북페어 참가한 다른 퍼블리셔가 되기도 했다. 서로 만든 책을 교환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래서 북페어가 끝나고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고, 유럽은 지리적으로 왕래가 자유롭기 때문에 다른 북페어에 가서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북페어에 가면 큰 출판사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20-30대 디자이너나 그 지역의 아티스트, 편집자가 참가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규모에서는 더 주목을 받기가 쉬워 생각보다 책 판매가 잘 되기도 했었다.  


전에 취재를 하러 갔을 때 키즈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겐트 아트북 페어에는 동네 꼬마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풍선을 준비해 가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취재를 했던 여정에 대해서 간단한 토크를 했다. 직접 책에 관해 이야기도 하고,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통해 영국도, 한국도 아닌 타지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기도 했고, 나 또한 책이 출간된 이후 이곳저곳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도 많다.  


2. 베를린 미스 리드


겐트 아트북 페어와 베를린 미스 리드 북페어가 겹치는 날이 있어서 미스 리드 베를린에서는 마지막 날 출간 토크만 진행했다. 베를린은 큰 규모의 북페어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퍼블리셔들의 토크가 30분씩 릴레이식으로 계속 진행이 되었다.


책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북페어에서 다시 만나 책을 직접 드렸다.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고, 책을 교환하기도 했다. 책이 나온 후 반 정도의 출판사는 다시 북페어에서 만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메일을 보내 알려드렸다. 책 취재에 응해주셨던 페어 디렉터 분도 다시 만났는데, 자신이 만든 비슷한 주제의 책도 소개해주셨다. Publishing Manifestos (missread.com/publishing-manifestos)라는 책인데 더 발전된 내용으로 곧 MIT Press에서 책이 나온다고 하신다. 그리고 2018년 베를린 페어에서는 일본 출판사들이 초청을 받아 왔는데, 언젠가는 한국도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북페어 후 남은 책은 그 지역의 서점에 들러 책을 놓고 오기로 했다. 베를린에 갈 때마다 꼭 들르는 서점 세 군데가 있는데 (Pro QM, Do you Read Me, Motto)에 직접 찾아가 서점 주인을 만났다. 다행히 모두 반응이 좋아 입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판매가 잘 되어 석 달 후 재입고를 하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 간단한 보도자료 정도의 책 소개와 저자명, 출판사명, 출간일, ISBN, 판매 가격 등을 적어 준비해 갔다. 위탁거래보다는 가능하면 매절거래를 원했기에 인보이스(거래명세서)를 직접 만들어 갔다. 그 후 런던에 거주하며, 계속해서 직접 영국의 독립서점이나 다른 유럽 나라에 여행을 갈 때마다 서점에 들러 입고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운 좋게 디스트리뷰터를 만나 유럽 지역에 배포를 폭넓게 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는 런던 아트북 페어 참가기와 페어에서 진행되었던 Publishers Assembly (퍼블리셔 집회)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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