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주희 Aug 25. 2018

유럽의 도서관: 런던, 파리, 베를린

영국국립도서관 (British Library)

영국국립도서관은 영국 박물관의 일부였다가 지금은 1997년부터 킹스크로스역 근처에 있다. 

영국의 타입 디자이너이자 조각가 데이비드 킨더슬리(David Kindersley)가 디자인한 입구.


서재(Reading Room)에는 열람증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열람증을 만들려면 영국 내 거주지가 있어야 한다. 열람증이 없으면 리딩룸에는 들어갈 수는 없지만 1층과 2층 공용 공간에는 노트북 작업, 미팅, 과외 등을 할 수 있는 카페와 책상이 마련되어 있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기획 전시도 열리는데 2018년 상반기에는 해리포터 전시회가 열려 바로 옆에 위치한 킹스크로스역을 방문하는 해리포터 팬들이 도서관을 덤으로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현재 2018년 한 해 동안 Treasures of the British Library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대중에게 공개가 되고 있는데 구텐베르크의 바이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작곡가 헨델의 악보 등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희귀하고 역사 깊은 책들이 주제별로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가 되고 있다. 사진 촬영은 금지이고, 온도와 습도, 조명까지 적합한 환경에서 책을 보존하며 진열해놓았다. 도서관 카페의 한편에는 실제 책으로 가득 찬 책장 겸 유리 벽면이 구성되어 있는데 인터스텔라의 초입체공간과 연결된 책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도서관은 열람실에서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소통하는 공간까지의 열린 공간인 것 같다.


프랑스국립도서관 (Bibliothque Nationale de France)

책에 관심이 많다면, 파리 여행 중 이 곳을 꼭 방문했으면 한다. 관광지와는 떨어져 있지만 정말 멋진 곳.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책 형태로 건축 설계를 했다고 한다. 도서관 열람실 이외의 공용 장소는 누구나 입장할 수 있지만, 열람실을 이용하려면 멤버십 또는 3.90유로 (2018년 기준)의 1일 방문권을 구입하면 된다. 주제마다 섹션이 나누어져 있어 각각 도서관 카드를 찍고 들어가야 한다. 런던에서 다니던 학교의 도서관 관장이 설명하기를, 유럽 대부분의 도서관에서는 책등에 붙어있는 도서관 청구기호(듀이십진분류법(DDC))는 공통 코드로 세상의 모든 책을 분류한다고 한다. 특히 맨 앞자리 숫자는 지구 상의 모든 자료를 0에서 9까지 10개의 ‘주류’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 관련 책은 런던의 학교 도서관에 가던, 파리의 국립 도서관에 가던 같은 700번대 번호에 분류가 되어있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정보와 생각이 번호별로 분류된 섹션에서 책장 안까지 세상과 세상이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네 개의 건물 사이 공간에는 나무가 심겨 있다. 이를 둘러싼 네 개의 건물이 연결되는 긴 통로에는 나무를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불어를 모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위치 안내도.

도서관 내 서점.


베를린시립도서관 (Staatsbibliothek zu Berlin)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보고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영화에서 천사는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도서관을 맴돈다.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지만 천사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책을 읽는 목소리를 동시에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느린 화면과 빠르게 들려오는 음성들이 대비되어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도서관이란 개개인과 책의 이야기와 생각이 교차하는 장소인 것 같다. 


2016년 베를린에서 일할 때 주말마다 작업하러 들렀던 장소이기도 했는데, 베를린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가 많지 않다 보니 무료 도서관이 항상 붐벼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 도서관의 열람증을 만들려면, 거주증이나 여권을 보여주고 유료(한 달 12유로, 일 년 30유로)로 가입해야 하지만 3일간 도서관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이용권을 받을 수도 있다. 나에게 이 도서관은 충분히 주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혼자 공부하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 영국국립예술도서관 (National Ary Library)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ictoria and Albert Museum) 내에 위치한 예술 서적 관련 도서관이다. 이곳 역시 영국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거주증이 있어야 방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관광객으로 붐비는 박물관이지만 도서관 내부는 한산한 편이다. 논문을 쓸 때 이곳에 들러 1960년대에 출판된 안드레 말로(André Malraux)가 쓴 상상의 미술관』 (Museum without Walls) 영문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 런던에서 만난 공사 중 표지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