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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Sep 18. 2023

치료할 수 없는 직업병

직업병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어떤 직업을 들으면, 그 직업에 대해 드는 생각이 있다.

자연과 함께할 것 같은 직업,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직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은 직업,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할 것 같은 직업, 아주 똑똑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 등...


이 직업을 들으면,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참 불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너무도 많은 희생을 담고 있다.

모든 직업은 양면성을 갖고 있지만 소방관은 그래서, 그들을 영화나 글에서 다루는 것도 조심스럽고, 생계수단으로써 평가, 비판하는 것조차 죄스럽다.


인터넷을 하다가 아래 기사를 읽었다.

'고개 흔들어 양치질…57살 소방관 검은 콧물부터 뇌 질환까지'

우연하게도 읽다보니 내가 사건을 맡겼던 법무법인 감천이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었다.


57세면 요즘은 은퇴의 시기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할 나이가 아닐까 다.

지금까지 온갖 고생을 다하고, 쯤 되면 자식들이 사회로 나갔거나, 조금 이르면 결혼을 했을 것이다. 혹은 조금 더 힘을 내서 그들의 뒷바라지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기사의 주인공처럼 젊은 시절 부지런히 살아온 누군가라면, 은퇴 후, 그동안 바빠서 가족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 챙겨주고, 푼돈이라도 벌어 보태주며 '아직은 내가 능력이 있고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구나'하며 뿌듯해 할 것이다. 또, 내가 손꼽아 하고 싶었던 것,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을 이루며 한 손가락씩 펼치는, 소소한 생활에 행복해할, 그런 시기일 것이다.


타인의 목숨을 구하며, 셀 수 없이 어지럽고, 숨 쉬기 어렵고, 밤에 악몽에 시달리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을 그의 평생이 그려진다. 힘들어도 늘 씩씩해야 했던 소방관으로서의 하루하루가 쌓 파킨슨병이라는 무서운 병 발병했겠지.(이것은 나의 추측이 아니라 소방관의 근무 환경 중 노출되는 유독가스, 중금속이 파킨슨병의 환경적 발병 원인이 된다고 한다.) 


70살까지는 다른 일을 하며 생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팔다리가 온전치 못해도 정신은 또렷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슬프다. 평범한 바람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망가지지 않고 그저 작은 소망을 가진 그의 곧고 소박한 마음이 눈물나게 아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가장 무섭다는 그의 말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당장 그와 그의 가족은 국가와 공무상 발생한 질병인지를 놓고 다툴 것이다. 그 과정 동안 그들은 매순간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우습게도 지금까지 내가 일한 국가와 국민을 위 희생 대가가 파킨슨병을 앓게 된 것이고, 그것의 원인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국가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 

최고의 결과는 돌아오지 않는 내 삶과 계속해서 악화될 내 몸, 일부의 치료비와 부족한 생활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앞으로 치뤄야 할 희생이라니... 공무상 요양으로 판정나게 된다 하더라도 지나간 고통의 시간과 앞으로의 인간답지 못한 삶은 어떻게 보상 받을까.

그가 원하는 '인간다운 존엄한 삶'을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이 상상할 수도 없어 먹먹하다.


서서히 삶을 갉아먹는 병.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꼼짝 못하게 돼도 계속 살아야 하는 병, 가족들이 결국에는 그의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는 병, 혹은 심장이 멎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병. 이런 최악의 직업병이 없어지길 바란다. 숭고한 직업을 가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자가 그의 삶을 최악의 직업병으로 마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최악의 스토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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