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기가 예전에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내가 출근한 사이 짧으면 10시간에서 길면 그 이상을 혼자 집에서 있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 때 빵기가 겨우 3개월령의 아기 고양이였는데 말이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아이가 안쓰러워 고민고민하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딱지를 데려왔다. 초보 집사라 빵기 하나 케어하는 것에도 자신이 없는데 두 마리를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빵기가 우리집에 온 지는 3개월이 넘었고, 딱지가 온 지는 1개월이 넘었다. 참 다행스럽게도 둘은 서로 하악질 한 번 하지 않고 서로에게 작은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오히려 늘 종종종종 붙어다니는 애정 넘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늘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방문을 조금 열어두었더니 빵기와 딱지는 문 경첩 사이에 그 작은 틈 사이로도 손을 집어 넣고 눈을 마주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도 서로 재미있고, 장난치는 게 좋을까 싶어서 웃음이 났다.
잠깐 딱지는 방에 들어와 있고, 빵기는 바깥에 둔 채로 문을 닫았더니 바로 낑낑거리며 우는 딱지 녀석. 합사를 하기 전 며칠 빼고는 둘이 늘 함께였기에 이제 빵기 없이는 잠깐도 아쉽나보다.
딱지가 눈을 감고 노곤하게 있으면 빵기가 딱지에게 그루밍을 해주기도 하고 귓 속이 지저분한 빵기에게 딱지가 그루밍을 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빵기 귀청소하는 빈도가 줄었다.
나와 빵기, 딱지가 세 식구를 이룬지 고작 한 달인데 이렇게 애틋하고 다정한 사이가 되다니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들이 아픈 곳 없이 표정만 봐도 편안하게 지내는 걸 보면 내 마음도 평안해진다. 우리 고양이들은 스킨쉽을 좋아하는 편인데 교감하는 시간이 애틋하고 살갑다.
이제 발톱을 깎이는 일도, 아이들 몸을 쓰다듬는 일도, 간식을 챙겨주는 것도 많이 능숙해졌다. 고양이 돌보는 것이 생각보다 빨리 느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곧 빵기 중성화 수술을 해야하는데 왜 내가 더 떨리는지... 유독 엄살도 심하고 여린 아이라 마음이 쓰인다. 우리 빵기 힘내서 잘하자. 그래서 건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