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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yourverse Jul 01. 2019

존 윅은 The One이 될 수 있을까?

<존 윅 3: 파라벨룸> 6/27 관람

이렇게 사람을 많이 죽여도 괜찮은 걸까?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첫 등장부터 <존 윅 3: 파라벨룸>(이하 <파라벨룸>)까지 죽인 사람은 299명. 존 윅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고 폭력성 수위도 높은 편이지만 일반인 피해는 없다. 적어도 카메라가 담는 화면 내에서는 그렇다. 존 윅에게 당하는 인물은 모두 국제암살자연합에 연관되었다. 죽지 않으려면 먼저 죽일 수밖에 없다. 선악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존 윅은 타라소프 조직의 문지기 프랜시스(케빈 내쉬)를 굳이 죽이지 않고 보내주고, 지아나(클라우디아 제리니)처럼 인연이 있는 사람을 목표물로 의뢰받는 것에 망설인다. 지아나를 찾아가서도 곧바로 죽이지 않고 자신이 온 이유를 밝히고, 지아나도 운명을 받아들이듯 자결한다. 경찰관 지미(토머스 새도스키)도 존 윅의 집에 순찰 나왔다가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직감하지만 몇 마디 나눈 뒤 돌아간다. 존 윅은 가장 만나기 두려우면서 동시에 존중받는 존재다. 무고한 희생은 존 윅의 아내가 마지막 편지와 함께 남긴 비글 데이지, 그리고 존 윅이 애지중지하는 1969년식 포드 머스탱뿐이다.



<존 윅 시리즈>는 지하세계의 국제암살자연합에 대한 이야기다. 화폐 대신 통용되는 전용 금화가 있다. 금화는 최고회의를 위시한 각국의 콘티넨탈 호텔과 그에 준하는 전용 서비스에서 통용된다. 금화에는 라틴어로 "Ex unitae vires(연대로부터 힘이)"라고 적혀있다. 메이킹 필름에서 밝힌 바로는 약 25그램으로 120만 원 정도의 가치. 그리고 마커는 피로 맹세한 절대적 증표로 살인 청부나 그에 준하는 목숨을 걸만한 위험한 청탁까지 가능하다.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인 동시에 가장 룰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공동체가 존 윅의 세계관이다. 존 윅은 은퇴 후 조용히 살고자 했지만,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면서 큰 화를 입는다. 부제 <파라벨룸>이 뜻하는 것처럼 평화롭게 살고자 결국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슈퍼 히어로를 제외하고 영화, 드라마 캐릭터를 통틀어서 강한 사람을 꼽을 때, 테이큰 시리즈의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24 시리즈의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가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존 윅이다. 존 윅에게 적절한 무기만 주어진다면 뭐든지 해치울 수 있다는 밈(meme)이 생겼다. 존 윅이 마블 세계관에 나타난다면 타노스도 뚝딱 해치울 것 같다. 마침 키아누 리브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는 것이 공식 발표되면서 그런 밈에 더 힘을 싣는 중이다. 존 윅 시리즈가 입소문을 타고 액션 팬에게 점점 알려지면서 <파라벨룸>의 국내 관객수는 전작 두 편을 합친 것보다 더 흥행 중이다.


일부의 팬들은 <파라벨룸>의 액션에 대해 비판적이다. 주된 비판 요소는 총기 액션 외에 격투 장면에 대한 것이었다. 동작이 무겁고 느려 보인다는 것인데.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선수들도 5분 경기 후 1분 휴식을 하고 경기 후반에 들어서면 기진맥진한다. 존 윅은 다수의 적을 상대로 부상을 입은 채 몇 날 며칠을 싸운다. 영화 속 시간대로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정신을 잃었을 때만 제외하면 거의 내내 싸운다. 아무리 숙련된 암살자라도 중년의 나이에 육체적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몸이 무거워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존 윅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들은, 존 윅의 액션이 편집으로 만들어낸 액션이 아니라 롱테이크를 통해 묘사되는 현실감 있는 액션에 찬사를 보냈다. 속도를 살리기 위해 컷 편집을 어지럽게 한다면 더 이상 존 윅이 아니다. 차기작에 연결될 이야기 때문에 <파라벨룸> 자체로 독립적인 완결성을 띄기보다는 모호하게 마무리된 것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키아누 리브스부터,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조연으로 출연하는 로렌스 피시번, 랜들 덕 킴 등 매트릭스에서 익숙한 인물이 다수 관련되었다. 존 윅의 세계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인물 간에 관계도와 대사에서 재밌는 상황을 부여한다. <존 윅: 리로드>에서 센트럴파크에서 모든 암살자가 멈추는 장면, <파라벨룸>에서는 "Guns. Lots of guns"라는 매트릭스의 대사가 그대로 인용된다. 그 외에도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콘스탄틴> <폭풍 속으로> 등에 대한 오마쥬를 비롯해 액션 고전부터 우리나라 영화 <악녀>에 대한 오마쥬까지.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존 윅의 카리스마가 전작에 비해 약해졌다. 존 윅은 보이는 그대로 옥상에서 바닥까지 추락했다. 존 윅은 최고회의에 맞서 싸워 The One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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