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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Feb 09. 2019

H-ZeroWorld #M-10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세손가락단 야영지]
베르거가 루터와 헤어진 후 야영지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베르거는 차량을 세워 탄약을 운반하던 한 부하에게 물었다.
베르거 - 무슨 일이야?
부하 - 30분까지 출동 준비 완료하라는 명령입니다.

베르거는 어떤 상황인지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제드의 직무실]
근접 전투조, 저격조, 화력 지원조의 각 분과별 지휘관이 모여 제드와 임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칼과 제임스

근접 전투조 칼 - 2분대만 수비 병력으로 남기고, 나머지 출동 준비 중입니다.
저격조 지휘관 제임스 - 이번 임무는 헤드샷 허용입니까?

제드는 부하의 도움을 받으며 무거운 가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드 - 목표는 하나야. 레드티를 제외한 나머지는 무제한 타격한다.
저격조 지휘관 제임스  -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정밀 사격하겠습니다.
제드는 만족스러운 대답인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제드 - 자네의 판단에 맡기지.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의 베르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제드는 베르거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제드 - 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야?
베르거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베르거 - 좀비들의 동태를 살피고 왔습니다.
제드 - 공격할 줄 알고 미리 보고 왔군 ㅎㅎ
베르거 -.....
베르거 - 지금은 공격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닙니다.

제드와 다른 지휘관들은 베르거에게 시선을 모았다.
베르거 - '센터'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제드 - 루터가 없으니 지금이 적기야.

제드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베르거에게 말했다.
제드 - 우리가 공격한 게 아니라 좀비들이 먼저 공격했다고 우기면 돼.
베르거는 제드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베르거 - 루터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제드는 베르거의 다소 공격적인 태도에 인상을 찌푸렸다.

제드 - 레드티를 죽이지 않고 잡으면 그들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베르거 - 이 좀비들은 그전에 상대했던 녀석들과 뭔가 다릅니다. 그래서 '센터'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고요.
제드 - 그놈들은 좀비 몸뚱이만 들여다보는 놈들이지, 사냥에 대해서는 우리 발가락만큼도 몰라.
제드는 베르거를 달래듯 다소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제드 - 나도 나름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하려고 지금 공격하려는 거야. 
제드 - 루터가 없으면 생길 문젯거리도 없어.

베르거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설득하려 애썼다.
베르거 - 칸트가 아직 남아있지 않습니까?
제드 - 철창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알겠어.
제드 - 그놈에게는 근처의 도적들을 소탕하러 간다고 말해. 

제드 - 그러다 갑자기 좀비의 공격을 받는 걸로 하지.
제드는 이제 논쟁을 끝내려는 듯 커다란 투구를 머리에 눌러썼다. 

베르거는 더 이상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칼은 제드가 투구까지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칼 -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출발하시죠. 

제드는 베르거의 시선을 외면한 채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지휘관들이 뒤를 따르고, 베르거는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베르거는 주머니 속의 캡슐을 만지작 거리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각 차량들은 모든 전투 준비를 마치고 도열해 있었다.

타이탄을 중심으로 10여 대의 크고 작은 차량들이 엔진을 뜨겁게 예열한 채 제드와 지휘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드와 칼은 그중 한 차량에 함께 올랐다. 나머지 지휘관들도 각 차량에 탑승했다.
베르거는 제드에게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다.
베르거 - 싸움 전에 몸을 풀어줄 겁니다.

제드는 베르거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베르거의 술잔을  받아 들었다.
베르거의 표정에는 미묘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제드는 베르거가 건넨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빈 술잔을 베르거에게 건네며 말했다.
제드 - 너는 언제나 신중하게 행동하지. 그 덕분에 우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어.
제드 - 너도 이렇게 그냥  리오(제드의 동생)를 떠나보내고 싶진 않겠지?

베르거는 제드의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제드 - 이번에는 나를 믿어보라고. 우리가 강하다는 걸 증명할 기회야. 
제드는 베르거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제드 - 내가 없는 동안에는 네가 보스야.
베르거 - 저는 언제나 당신을 믿었습니다.....

제드의 손짓에 차량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차량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그 뒤를 따랐다.
베르거는 빈 잔을 손에 쥐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술잔에서 몇 방울의 술이 흙 위로 떨어졌다.
베르거가 뒤로 돌아섰을 때 에이든의 모습이 보였다. 

에이든은 무거운 표정으로 베르거를 바라봤다.
베르거는 주머니에 있던 캡슐을 꺼내 잠시 바라보고는 뚜껑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모두 쏟아버렸다.

하얀 가루들이 바람에 날아갔다.
베르거는 에이든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베르거 - 칸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 말을 남기고 베르거는 자신의 막사 안으로 사라졌다.



에이든은 씁쓸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차량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돌아서서 atv바이크(4륜 바이크)를 몰고, 식량창고로 향했다.
식량창고에는 몇몇의 부인들과 칼리가 감자를 다듬고 있었다. 
칼리는 에이든이 나타난 것을 보고, 부인들에게 눈짓을 하고는 감자들을 던져놓고 바이크 뒷자리에 올라탔다. 
에이든은 뒷자리에 칼리를 태우고 야영지 밖으로 향했다.
에이든과 칼리는 사막을 가로질러 바위 언덕에 올라 탁 트인 풍경과 마주했다.
드문드문 바위들이 보이고, 땅끝의 경계인 흙색의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야영지도 한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자그만 모형들을 오밀조밀하게 모아 놓은 것 같았다.

바위 끝에 걸터앉은 에이든을 칼리가 등 뒤에서 감싸 안았다. 
에이든은 칼리의 따뜻한 손을 잡고서 말했다.
에이든 - 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에이든 - 나를 얼마나 형편없이 생각하는지......

칼리는 에이든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에이든 - 아버지가 나를 왜 사냥에 데려가지 않는지도 알고 있어.
에이든 -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야. 사냥을 함께할 자격이 없다는 거지.

칼리는 에이든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칼리 - 그건 지나친 생각이야. 단지 하나뿐인 아들을 위험한 곳에 데려가고 싶지 않을 뿐이야.
칼리 - 또 아들을 잃을까 봐.....
에이든 - 형이 살아있었다면 아버지는 내게 어떤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았을 텐데.....

에이든 - 차라리 베르거가 형의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어. 

칼리는 에이든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칼리 - 언젠가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날이 올 거야.
에이든은 칼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 - 가끔은 정말 형이 보고 싶어.
칼리는 축 처진 에이든의 어깨를 더 꼭 안아 주었다.



[베르거 막사]
베르거는 컵에 채워진 술을 압안에 들이부었다.

루터는 그동안 베르거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제드와 세손가락단에 대한 정보를 원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루터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곳의 동료들과 제드를 새로운 가족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베르거는 언제부턴가 가족들에 대해 잊고 있었다. 
가족들을 보지 못한 지도 거의 10년이 되어버렸다.

베르거는 그들의 얼굴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얇은 막에 둘러싸인 듯 흐릿한 모습뿐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모습이 뇌리에 너무 강하게 남아서 일까. 
어머니와 두 동생들이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위협하던 그때의 모습이.....



[제드의 좀비 사냥터]
두꺼운 투구 사이로 제드의 눈빛이 번뜩였다.
제드의 부대는 좀비들이 멀리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칼 - 특별한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를 의식하는 것 같지 않군요.
제드 - 레드티의 모습은 확인했나?
칼 - 아주 잘 보입니다. 무리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제드는 자신의 손 칼날을 다른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제드 - 술을 마셨더니 몸이 달아오르는군.
제드 - 자, 사냥을 시작하자고.

타이탄이 굉음을 내며 좀비를 향해 전진했다.


다른 차량들이 타이탄의 양옆으로 퍼지며 나란히 달렸다.
좀비들은 세손가락단의 등장에 반응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좀비들이 100여 미터쯤 거리로 접근했을 때 차량들은 일제히 우측으로 돈 후 멈춰 섰다.

각 차량에서 수많은 총탄이 좀비들을 향해 발사됐다.
좀비들은 앞열부터 수없이 쓰러져 갔다. 


칼은 차량에서 내린 후,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마주 섰다. 
타이탄의 뒷문이 열리며 십 수 명의 돌격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갑으로 무장하고, 도끼, 검, 화기 등 다양한 근거리용 무기들을 지니고 있었다.

돌격대원들은 칼의 뒤에 일렬로 섰다.
그리고 제드가 다가와 돌격대와 칼의 앞에 섰다.
제드와 돌격대는 가만히 서서 좀비들을 바라봤다.
좀비들의 총탄에 쓰러지면서도 세손가락단을 향해 다가왔다.

제드는 손 칼날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제드 - 동지들을 위해 피를 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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