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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Mar 02. 2019

H-ZeroWorld #M-12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세 손가락단 야영지]
야영지는 이미 포위되어 수많은 총탄을 받아내고 있었다.
차량들은 두꺼운 장갑으로 대부분의 총탄을 튕겨냈지만 철갑탄이 낸 구멍들도 다수 있었다. 
게다가 간간히 쏴대는 로켓탄은 차량과 그 위의 포탑에 큰 위협이 되었다.
칸트는 차량 위에 세워진 철재 울타리 뒤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살폈다. 
그때 칸트 옆에 에이든이 다가왔다.
칸트 - 자물쇠는 다시 채웠어?
에이든 - 예. 아마도...
칸트 - 뭐?
에이든 - 아뇨 제대로 채웠어요.
칸트는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이내 전장에 집중했다.
칸트 - 적은 아군의 3배 이상, 중화기도 있는 걸 보니, 누군가 작정하고 준비한 거야.
에이든 - 누가요?
칸트 - 지금은 알 수 없지. 

칸트 - 일단 초반은 기세싸움이야. 만만해 보이면 잡아먹히게 돼.
칸트 - 기총 사격을 절대 멈추지 말라고 해. 
에이든 - 제가요?
칸트 -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잖아.
칸트 - 보스의 아들이라면 모를까.
에이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이든 - 해볼게요.
칸트 - 그리고 좀 있으면 어두워질 거야. 불을 켜지 말라고 해.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격을 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뛰어갔다.
그때 칸트의 옆을 로켓이 스쳐 날아가 막사에 명중했다. 막사 안에서 몇몇이 뛰쳐나왔다.
칸트는 로켓런처를 사용한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의 머리를 정확히 저격했다.



[제드의 사냥터]
이 신종 좀비들은 도마뱀처럼 차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암살자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서서히 목표물에 다가갔다.
차위에서 사격에 열중하던 헌터들은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중 한 저격수가 무언가 자신의 헬맷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목에 강한 압박을 느꼈지만 이상하게 머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으윽~ -
머리를 돌리려 안간힘을 쓰던 그를 옆에 있던 동료가 쳐다보는데.....
신종 좀비는 입을 크게 벌려 자기 동료의 헬맷을 한입에 삼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헬맷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한동안 헬맷에 낀 턱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던 좀비는 자신을 바라보던 옆의 동료를 한번 쳐다봤다.
그 동료를 보며 자신의 턱을 서서히 헬맷에 밀어 넣은 후 단번에 저격수의 머리까지 삼켜버렸다.
- 으아~악! - 
동료가 그 좀비를 쏘려고 총구를 돌렸을 때 다른 좀비가 덮쳐 어깨를 물어 삼켜버렸다.
차량에 있던 헌터들은 모두 좀비의 습격을 받았고, 그 소란은 다른 차량에도 전해졌다. 
타이탄(차량)에 타고 있던 짐과 제임스도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당황해했다. 

다른 차량들도 신종 좀비의 공격을 받았다.
전방을 향했던 총구는 이제 사방으로 탄환을 뿌리기 시작했다. 모두 몸을 숙여 아군의 탄환을 피해야만 했다.
그리고 누군가 쏜 탄환이 타이탄의 안테나에 맞았다.
그 와중에도 제임스는 소리 높여 지시를 내렸다.
제임스 - 후방이다. 후방을 경계해!!
짐은 급하게 달려가 타이탄의 후방 차벽을 내려다봤다.  

네 마리의 좀비들이 차벽에 달라붙은 채로 빨간 눈을 번뜩이며 일제히 짐을 노려봤다.
짐도 좀비도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어 서로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네 마리 모두 자석에 끌리듯 짐을 향해 달려들었다. 


짐은 3발의 탄환으로 좀비 세 마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마지막 한 마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머리 위로 날아오른 좀비는 미처 총구를 겨누지 못한 짐의 머리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그때 좀비의 머리가 피범벅이 되어 날아갔다.
옆에 있던 제임스는 바닥에 떨어져 퍼덕거리는 머리 잃은 몸뚱이에 3발을 더 발사했다.
짐과 제임스는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거의 동시에 전방을 주시했다. 
짐은 스코프를 통해 다급하게 주위를 살펴봤다.
짐 - 레드티가.... 없다.
순간, 레드티가 흙먼지를 뚫고 나타났다. 다른 좀비들을 밀쳐내며 성큼성큼 달려왔다.
짐과 제임스는 급히 레드티를 향해 사격을 가했지만 소용없었다.
레드티는 타이탄의 왼편에 있던 중형 차량을 향해 돌진했다.
- 퍼엉 -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량이 옆으로 쓰러지고, 그위에 타고 있던 헌터들을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들을 향해 레드티가 크고 긴 팔을 휘두르자 헌터들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그리고 레드티는 차가운 눈빛으로 짐을 쳐다봤다.
짐은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 전에 만났을 때와 뭔가 다르다 -



[세 손가락단 야영지]

시간이 흐르고 야영지에 밤이 찾아왔다.
어둠 속에서도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과 예광탄의 궤적이 전장을 밝혔다.
세 손가락단은 여자들과 어린 소년들까지 총을 쏘며, 필사적으로 적을 막아내고 있었다.
에이든은  날아드는 수많은 총탄을 피해 차벽에 몸을 숨기고, 칸트에게 돌아와 말했다.
에이든 - 모두에게 전했어요. 
칸트는 야간 투시경 통해 로켓런처를 든 적을 또 한 번 잡아내고는 재빨리 몸을 숨겨 다른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에이든도 칸트를 뒤를 따랐다.
칸트 - 제드와는 연락이 됐어?
에이든 - 그쪽하고 아직 연락이 안 돼요.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칸트 -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1-2시간이야. 
에이든은 칸트의 말을 듣고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든 - 이제 어쩌죠?
칸트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칸트 - 총을 쏴. 네 여자 친구처럼.

칸트가 가리키는 방향에서는 칼리가 기관포를 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에이든은 칸트의 가방에 든 돌격소총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에이든 - 이거 가져가도 돼요?
칸트 - 나중에 두배로 갚아.
에이든은 총과 탄창을 챙겨 칼리에게 달려갔다.
에이든은 사격하고 있는 칼리에게 소리쳤다.
에이든 - 넌 내려가! 이곳은 위험해!
칼리는 사격을 잠시 멈추고 대답했다.
칼리 - 내가 너보다 더 잘 쏘는 거 알지?
에이든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칼리의 곁에서 칸트가 준 총을 들어 전방에 총을 겨눴다.

칸트는 에이든과 칼리를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둘은 꼭 붙어 앉아 열심히 사격에 몰두했다.
칸트는 에이든과 칼리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칸트 - 뭉쳐있으면 표적이 되기 쉬워.
칸트 - 데이트는 싸움 끝나고 하라고.
그리고는 에이든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갔다.
에이든과 칼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손인사를 했다. 
칸트는 에이든을 칼리와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 앉혀 두고 말했다. 
칸트 - 이곳을 사수해. 가까이 오는 적이 우선이야.
에이든은 칼리가 신경 쓰이면서도 칸트의 말을 따랐다.
칸트 - 되도록이면 한자리에서 쏘지 말고 계속 위치를 바꿔.
칸트는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에이든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계속해서 조언했다. 
칸트 - 적의 총구에서 나오는 불꽃을 노려. 불꽃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 녀석을 쏴.
에이든은 칸트가 시키는 대로 같은 위치에서 번쩍이는 불꽃을 향해 여러 발 총을 쐈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숙여 가뿐 숨을 내쉬었다.
칸트는 적을 확인하고는 에이든에게 말했다.
칸트 - 맞았어. 계속 그렇게 해.
에이든은 칸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칼리가 앉아있던 기관포에 유탄이 날아들었다.
폭발음이 들리고, 칼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에이든은 총도 내팽겨 치고, 칼리에게 달려갔다.
칼리는 신음하며 목과 팔등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에이든 - 칼리! 칼리!
에이드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옷을 찢어 칼리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했다.
칸트가 다가와 칼리의 상태를 살폈다.
칸트는 칼리의 목에 대고 있던 손을 치우고, 상처를 확인했다.
칸트 - 목은 긁힌 것뿐이야.  
칸트 - 팔에 파편이 박혔어. 어서 아래로 옮겨.

칼리는 힘겹게 눈을 뜨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칼리 - 아파..... 
에이든이 칼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녀를 일으켜 옮기려던 찰나 우측 차벽에서 야영지 전체를 진동하는 큰 폭발음이 들렸다.
차량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땅 위로 튀어 올랐다.
멀리 떨어져 있던 칸트와 에이든에게 까지 파편이 날아들었다. 
그때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 소리쳤다.
- 뚫렸다!! -
야영지를 밖으로 부터 막아주던 차벽 한 귀퉁이에 구멍이 생겼다.
칸트와 에이든은 멍하니 그 구멍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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