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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Mar 16. 2019

H-ZeroWorld #M-14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세 손가락단 야영지]
베르거는 깨질듯한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막사 밖으로 나왔다.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간간히 폭발음도 들려왔다. 
대체 이런 난장판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잠들어 있었는지 황당할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베르거의 앞을 빠르게 지나쳐갔다.
베르거 - 칸트!
베르거가 칸트를 불렀지만 칸트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어둠을 향해 달려갔다.
칸트는 차안대를 한 경주마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달리는 와중에 권총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그리고  달려가던 관성을 유지한 채 왼쪽 허벅지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전방으로 힘껏 던졌다.
손도끼는 곧게 회전하며 날아가 철창 사이를 통과한 후 한 도적의 머리에 박혔다.
그 도적은 앨리스의 머리에 겨누던 총을 손을 쥔 채 뒤로 고꾸라 졌다.
앨리스는 고개를 돌려 칸트를 바라봤다.


칸트는 그대로 달려들어 줄에 묶여있던 문을 부수고, 철창 안에 있던 다른 도적에게 달려들었다.
칸트는 도적의 팔을 꺾어 손에 든 무기를 떨구게 하고, 권총으로 가슴에 한 발, 머리에 두 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막 차벽 구멍으로 들어선 적의 머리에 다시 두 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앨리스를 바라봤다.
앨리스는 마스크가 벗겨진 채 칸트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줄에 묶여 있던 철창문, 차벽에 뚫린 구멍, 앨리스의 손을 결박한 수갑.
칸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앨리스의 마스크를 주우며 속으로 생각했다.
- 니가 날 부른 거야? 앨리스..... -


칸트는 앨리스의 입가에 흐르는 피가 새삼 붉다는 것을 깨달았다.
앨리스는 투명한 눈빛으로 가만히 칸트를 바라봤다.
칸트는 그녀가 마치 자신의 알맹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서늘함을 느꼈다. 


야영지 한 구석에 세 손가락단 대원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머리에 총을 맞은 후 차량 위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 
베르거는 그의 곁에 있던 돌격소총을 집어 들고, 대원의 곁을 떠났다.
베르거는 선명하게 들리는 기관총 소리를 따라갔다.
연기가 걷힌 통로로 적의 모습이 보이자 에이든은 지체 없이 기관총을 발사했다.
적은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다른 동료 위에 쓰러졌다.
에이든은 이마의 땀을 닦아낸 후 기관총의 얼마 남지 않은 탄환을 확인했다.
그때  에이든이 몸을 숨기고 있던 엄폐물로 베르거가 뛰어들어왔다.
에이든은 베르거의 모습에 잠시 놀란 후 인상이 굳어졌다.
베르거 - 어떻게 된 거야?
에이든 - 아버지가 떠난 후 도적의 습격을 받았어요.
베르거 - 본대는 돌아오고 있어?
에이든 - 연락이 안 돼요.

베르거는 에이든의 차가운 말투를 의식하지 못하고, 주위를 살피며 다시 물었다.
베르거 - 왜 나를 깨우지 않았어?
에이든은 황당하다는 듯 베르거를 바라봤다.
에이든은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베르거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에이든 - 여기 지키고 있어요, 탄약 가지고 올 테니까.
베르거는 에이든이 자신에게 지시하는 것을 보고,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에이든은 뛰어가다 돌아서서 다시 한번 베르거에게 당부했다.
에이든 - 정신 차려요. 절대 뚫리면 안 돼요!
베르거는 뛰어가는 에이든을 보며, 아직 술이 다 깨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다.



[제드의 사냥터]
- 부우웅~~~ -
타이탄은 무거운 엔진음을 내며 앞을 막고 있던 망가진 차량을 밀어내고, 크게 회전해 주위의 좀비들을 깔아뭉갰다.
망가진 포탑이 뒤를 향하도록 방향을 바꾼 후 아직 건재한 전방의 포탑이 레드티를 조준하도록 했다.
짐은 타이탄 내부로 자리를 옮기고, 헤드셋을 통해 칼에게 말했다.
짐 - 우리가 시간을 벌 테니 서둘러.
타이탄과  남은 두 대의 차량은 레드티를 향해 일제히 화력을 쏟아부었다. 

- 으으윽~ -
칼은 자신의 검을 차량과 지면 사이에 끼워 넣고, 틈을 벌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부하들도 차량에 매달려 온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은 살짝 움직일 뿐 여전히 그 이상은 들리지 않았다.
제드는 조금 흔들리는 차량 밑에서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칼은 몰려드는 좀비들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두 명의 돌격대원이 그 좀비들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타이탄에서 짐과 저격수들이 그들을 지원했다.


- 펑 -
칼의 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 으아~~~ -
칼은 부러진 검을 집어던지고는 상황에 절망하며 괴성을 질렀다.
이젠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달려드는 좀비들과 제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제드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렸다.

포탄 세례를 받던 레드티가 몸을 웅크린 채로 점점 타이탄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레드티가 다가오는 모습에 짐은 식은땀을 흘렸다.
탄환이 부족해 기관포 하나가 멈춰 섰다. 
- 쿵 쿵 -
레드티는 타이탄의 정면 장갑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전면의 장갑이 점점 찌그러지고, 진동으로 운전석의 방탄유리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짐은 운전병에게 소리쳤다.
짐 - 밟아!
타이탄은 굉음을 내며 레드티를 들이받았다. 

레드티는 바닥에 발이 끌린 채로 밀려갔고, 타이탄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멈춰 섰다. 
레드티는 타이탄과 다른 차량 사이에 끼인 채로 짐을 노려봤다.
짐은 레드티와 시선을 마주하며 칼에게 말했다.
짐 - 칼! 이젠 시간이 없어.

칼은 허리춤에서 정글 칼을 뽑아 들고, 잠시 제드를 바라봤다.
제드는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제드 - 그냥.... 죽여줘....
칼은 제드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그를 향해 힘껏 정글 칼을 내려쳤다.
- 아아~~ 아악~!! -
끔찍한 제드의 비명소리에도 칼은 멈추지 않았다.
제드의 비명소리가 어느 순간 끊어지고. 칼의 갑옷은 제드의 피로 물들었다.
칼은 한참이나 가벼워진 제드를 어깨에 얹고, 타이탄을 향해 돌아섰다.
얼마 남지 않은 돌격대는 좀비들과 뒤섞여 칼과 제드를 위해 온몸으로 좀비들을 막았다.
칼은 제드의 다리를 잘라냈던 정글 칼로 달려드는 좀비들을 쳐내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눈앞의 시야는 점점 좀비들로 두텁게 메워져 갔다.
땅에 널브러진 좀비들의 조각들이 칼의 다리 장갑을 잡아채고, 물어뜯으며 저지했다.  
칼의 움직임은 거의 멈춰 선 듯이 보였다.


- 하아..... 하아.... -
체념한 듯한 칼의 숨소리가 짐의 헤드셋에 전해왔다.
짐은 타이탄을 밀어내려 몸부림치는 레드티를 바라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짐은 운전병을 밀쳐내고 타이탄의 헨들을 잡아챘다. 그리고 기어를 바꾸고, 액셀을 힘껏 밟았다.
타이탄의 엔진은 괴성을 지르며, 뒤에 있던 좀비들을 튕겨냈다.
타이탄은 좀비 떼를 가르며 제드와 칼에게 달려갔다.
칼의 앞을 막고 있던 좀비들이 쓸려나가고, 거대한 차벽이 나타났다.
마치 그것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성난 파도를 헤치고 나타난 무쇠로 된 방주와 같았다. 
방주에서 조그만 문이 열리고, 짐이 나타나 좀비들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칼은 자신을 옥죄던 좀비들의 조각들을 떨쳐내고, 짐에게로 다가갔다.
칼은 타이탄에 남아있던 병사들에게 제드를 넘기고, 사다리에 올랐다.
사다리를 거의 올랐을 때 칼은 뒤를 돌아봤다.
좀비 떼에 파묻혀 사지가 뜯겨나가는 자신의 부하를 보며, 칼은 남은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땅이 마치 좀비로 가득 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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