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습관이 되어버린 에코백
습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어이쿠. 습관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면 누가 좀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단 습관의 뜻을 찾아봤는데, 웬걸 어마무시하다. 먼저 어떤 행위가 습관이 되려면 ‘오랫동안’ 즉,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충분하고 나서는 이제 ‘되풀이’의 차례. 긴 시간동안 그 행동을 하고 또 해야한다. 언제까지? 그 답은 바로 뒤에 나온다. 저절로 익혀질 때까지.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아침이라는 빈 시간을 채워보기로 했다. 지난 3월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엄마처럼 산책하면서 길가에 피어난 꽃을 찍어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바쁘게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4번은 산책을 나갔기에 오랫동안 되풀이는 한 것 같다. 습관이 되기까지 절반은 온 셈이다. 하지만 아침 산책은 나의 몸에 저절로 익혀지진 못했다. 그 전에 끝나버렸다. 5월이 되고서는 아침 산책을 할 시간은 커녕 비몽사몽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기 바빴다. 4호선-2호선-8호선. 나의 아침 산책은 지하철 산책이 되었다.
그 이후로 7월 중순까지는 나의 아침은 빈 시간이었다. 일어나 회사 갈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핸드폰으로 밤새 업데이트 된 사람들의 인스타그램과 메시지 등을 보았지만 기억되지 않을 빈 시간이었다. 그러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WWC(Wednesday Writing Club)을 시작했다.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피곤할 법도 한데 의외로 더 상쾌하게 일어나 집밖을 나섰던 것 같다. 무엇을 쓸지 몰라 키보드를 치는 척만 하고 또 내가 전에 쓴 글을 살펴보기도 했다. 첫날은 A4 반 페이지 정도의 분량의 글을 적었고, 두번째 날엔 3/4 정도. 그리고 지난주엔 혼자 아주 웃으면서 적었다. 때로는 짧게 또 때로는 길게. 가볍게 혹은 무겁게. 아무튼 아침 시간을 고요히 집중할 수 있어서 기쁘다. 글쓰기 시작 전, WWC 회원분들과 짧고 사소하게 나누는 스몰토크도 fun fun.
아침형 인간인 예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또 다른 아침의 시간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우리의 성장과 재미를 위해. 그 아침은 TEC(Thursday English Cub) 시간이다. 수요일 글쓰기 시간엔 한국어로 글을 쓴다면, 목요일 영어 시간엔 영어로 말을 한다. 그 날은 회사에 도착해서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영어다. “Hey, How are you?” 부끄러운 영어 실력이었는데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냥 막 말한다. 또 서로 상황극을 재현해본다. 우리의 모닝 잉글리시 타임을 우연히 알게 된 다른 동료분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 누군가와 함께 하니 실행력과 실천력이 더 높아지는 magic.
새롭게 시작한 두 아침 덕분에 습관을 만들기가 더 수월해질 것 같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 클럽을 시작하고서 습관을 한 두개가 아닌 여러 개를 만들 수 있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 지각하지 않는 습관, 새로운 단어에 대해 생각하기 습관, 여유를 가지는 습관, 에코백 쓰기 습관….
갑자기 에코백 끼워넣기... 주제는 아침과 에코백이었는데 어느새 나 혼자 아침과 습관이 되어 버렸다. Don't worry. Everything gonna be al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