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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bin Park Aug 11. 2021

2. 아침과 에코백

오늘날, 나의 균형을 찾아서

나의 오늘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터에 가는 날, 집에서 쉬는 날. 


일터에 갈 때면 파타고니아 백팩에 랩탑을 넣고, 몇 가지 필기도구와 세면도구 그리고 출퇴근길에 읽을 당일 발간된 종이 신문과 끝맺음을 못하는 책을 챙긴다. 매일 무겁게 챙겨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혹시 시간 여유가 된다면 가방 안에 든 모든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늘 후회하곤 한다. 출근하는 시간부터 나는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버스나 택시에 앉아 갈 때까지 이메일을 확인하고, 슬랙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캘린더를 확인하면 회사 앞에 다다른다. 종이신문은 회사 책상에 두고 '점심 먹고 읽어야지' 하면 이미 신문의 존재를 알아차릴 때 퇴근 시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한다. 퇴근길에는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되어 읽을거리보다는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에 혈안이 되며 집에 터벅터벅 걸어가곤 한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읽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고, 일터에 가는 날이 온전히 '일만 하는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가장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두 번 훈련을 해보니 어렵지 않았던 아침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부터 당장 해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어려우니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읽거나 쓰는 모임을 일주일에 한 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일단 읽는 것은 일터에 가는 시간에 가능한데, 쓰는 것은 제약이 많아서 '쓰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침의 시간을 1시간만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일 생각에서 벗어나 내 생각에 집중하는 그 1시간이 생각보다 자유를 주었다. 잘 쓰지 않아도 일단 쓰면 된다는 공통의 목표, 지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덕분에 일터에 가는 날, 내 일상의 균형을 찾게 됐다. 




2010년 군입대를 앞두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군입대를 앞둔 모든 남자가 그러하듯 과연 내가 군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부터 동기들과 전역 후에 계속 연락을 할지부터, 오만가지 생각을 앞두고 있다. 그 당시 참 위로가 되었던 노래가 있는데 바로 양동근이 부른 <어깨>라는 곡이다. 양동근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멜로디 랩부터 진지한 가사까지 어느 한 구절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게 힘과 위로를 전해준 음악을 최근 즐겨 보는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에서 다시 접하게 됐다. 


비긴 어게인 - 양동근 <어깨>


갑자기 에코백을 주제로 하는데 어깨를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에코백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꽤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가볍게 짐을 넣고 다닌다. 에코백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어깨를 위해서이다. 한쪽으로 어깨가 쏠리면 다음날 통증이 오거나 누적이 되면 상당히 고생을 한다. 에코백은 그래서 늘 가벼움을 유지한다. 내 어깨를 위해서. 에코백 덕분에, 내 몸의 균형을 찾게 됐다. 


갑자기 떠오른 어깨의 가삿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어떻게 이 글을 끝맺어야 할지 자신이 없어 시 같이 훌륭한 곡의 가사로 마침표를 찍는다.

 

"혼자라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

나는 혼잔데 난 아픈데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나야

왜 다들 환하게 웃고 있는 게 날 화나게 해

나도 모르게 너와 내가 다르듯 상처 그 크기와 깊이와 넓이는 다르지만

모두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살아가잖아

살점 같은 낙엽 떨궈 내자나 넌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널 외롭게 놔둘 수 없어 넌 알 것 없다 하겠지 만은

난 널 알고 싶어 넌 다 보기 싫겠지만 난 니가 보고 싶어

넌 필요 없다 하겠지만 힘들면 아프다고 말해 니가 얘기해 주길 바래

어떤 얘기든 들어 줄 수 있다 말할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

친구의 어깨를 빌리죠 그대의 어깨를 빌리죠 어깨를 빌리죠 X2

날 향한 손길 따위 느껴지지 않아 따뜻한 사랑 따위 웃기지도 않아

술 담배로 고통은 가시질 않아 내어둠 밝힐 촛불 따위 꺼져버려

세상 그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질 않아 다 귀차너 전혀 기쁘지 않아

난 지쳤어 니 노래가 안 들려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의미를 잃었어

우울함이(니 옆에) 가까이 있어 두려움과 너만의 커뮤니케이션

고독이란 놈과 처절히 싸우며 외로움은 어떤 놈인가를 알게 되는 겨 X2

친구의 어깨를 빌리죠 그대의 어깨를 빌리죠 어깨를 빌리죠 X2

사각의 링 코너에 몰린 다른 건 하나도 창피한 것이 아니야

일곱 번 넘어져 본 놈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챔피언

나도 위로 받고 싶어서 끄적여 봤어 나 역시 벼랑 끝에 서있는 자신을 봤어

너도 나처럼 날 알아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 봐"


양동근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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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pick: 아침 1.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 2. ‘「1」’에 끼니로 먹는 음식. 또는 ‘「1」’에 끼니를 먹는 일. (우리가 아침에 글 쓰니까 떠오른 단어)


*찬빈 pick: 에코백 일회용 봉투의 사용을 줄이자는 환경 보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가방.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수연님이 메고 오신 에코백에 적힌 Do you read me를 읽고 떠오른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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