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같은 주제를 가지고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에게 우연처럼 다가온 이 두 단어 '백어택과 쫄림'에 대한 나의 심정을 막힘 없이 쏟아내 볼까 한다. 아침에만 누릴 수 있는 일터의 고요함과 차분함이 더해져 다소 진지해지지 않을까 우려는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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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팀으로 일해왔다.
팀으로 일하는 조직은 개인 단위로 모인 조직과 일의 체계, 방식이 다르다. 개인이 모인 조직은 개인의 100% 강점을 쏟아내야 굴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각 영역을 맡은 개인의 책임감과 무게감이 상당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 단위 조직과는 달리 팀 단위 조직은 구성원이 100% 강점을 쏟아낼 수 없다. 때로는 50%, 40% 혹은 80% 끌어내고 줄여야 팀이 앞으로 전진한다. 모두가 다 아는 단순한 진리일 수 있지만, 팀의 역량은 힘을 빼고 힘을 들이고 하는데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의 힘의 강약 조절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이뤄질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로, 구성원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특히 일터에서 만난 동료를 알아가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일적인 이야기만 나누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적인 이야기도 적절히 터놓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직마다 추구하는 구성원 간의 '관계 성립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공과 사의 적절한 구분과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아는 것. 무엇보다 일의 방식과 태도, 나아가 그 사람의 책임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서로 많이 부딪혀야 한다.
팀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
둘째로, 구성원을 제대로 믿는 것이다.
아는 것에서 나아가 이 사람과 함께라면 팀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이 문제를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될 때 그 확신이 선명하게 된다. 회피하지 않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 서로의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뢰는 단순히 믿는 것이 아니다. 내 부족함이 누군가의 존재감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다. 수동적인 자세로 그저 기대는 태도를 위로하는 말은 아니다. 팀으로 일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를 내려놓을 줄 알고, 상대를 믿는 것이 팀워크의 핵심이다.
팀이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구성원을 제대로 이끄는 것이다.
동료를 알고, 믿는 것에서 팀워크는 완성되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이 팀에 맞도록 각 구성원의 강점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이 필요하다. 바로 리더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 앞에 서는 리더가 있고, 매일 뒤에 있는 리더가 있다. 진정한 리더는 중심에 있다. 구성원의 앞과 뒤에서 수시로 오가며 상황을 살핀다. 때로는 등을 지기도 한다.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때로는 앞이 까마득한데 한참 뒤에 서있을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성장의 기회를 줘야 하니까.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 리더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팀이 제대로 지속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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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pick: 백어택(=후위 공격)[편집] 전위와 후위를 구분 짓는 어택 라인[3]의 뒤인 후위에서 뛰어올라 세터가 토스해 준 공을 강력하게 스파이크를 날리는 기술. 후위에 있는 선수는 어택 라인 안에서 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백어택밖에 할 수 없다.
*예은 pick: 쫄림 긴장된다의 우리만이 느끼는 like 쪼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