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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Mar 25. 2023

나와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나는, 나만 옳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이다. 내 생각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하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 잘못된 생각의 뿌리는 쉽게 뽑아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로 살면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부딪힌 적은 거의 없다. 모두들 착해서 내 의견에 수긍해 준 건지, 운이 좋게도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큰 트러블 없이 살았던 것 같다. 허나 친구 한 명은 좀 예외적이었다. 그 친구와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나는 그 친구와 내가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런데 반전으로 어쩌다 보니 아직까지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으로 지내고 있다.

그 친구와 주로 어떤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시기가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결혼하기 전이다. 그 친구는 내가 결혼할 무렵에 돌이 지난 아기를 키우고 있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시댁과의 관계라든지, 예물 예단 등등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야기를 한다든지, 결혼 준비에 대한 여자들만의 사소하고도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친구는 거의 네가 몰라서 그런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럴 거 같지? 아니야. 네가 몰라서 그래."
"그거 다 쓸데없는 짓이야. 에너지 낭비하지 마."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그건 안 사는 게 좋아. 너 분명 후회한다."
"그런 생각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보자."

​나중에는 정말 그 친구와 말도 하기 싫어서 다른 친구에게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 그때 내가 결혼 준비로 좀 예민했었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 친구가 육아에 지쳐 예민해져 있었거나.

그 친구가 싫어진 만큼,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들은 다 흘려듣기로 작정을 했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도 결혼 1년 차를 지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되고, 그 친구가 먼저 지나간 시간을 뒤따라 가고 있었다.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그렇게 밉고 싫었던 친구의 말이, 생활 속 보물 찾기를 하듯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아, 그때 걔가 말한 게 이거구나.'
'이런 뜻으로 말했던 건데 내가 오해하고 받아들였던 거구나.'
'이건 걔 생각이 좀 틀렸네, 나한텐 이 방법이 좀 맞네. 그렇지만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는 알겠네.'
그런 생각들이 이어졌다.

나는 이제 막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냈지만, 그 친구의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아직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말들로 기분이 상할 때가 종종 있다.
여전히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주로 시댁 이야기) 아이 육아나, 교육에 관해서는 귀 기울여 듣는다. 큰 아이가 영유아기를 지나 초등학생이 되기까지 그 친구가 앞서 했던 말들을 꽤 많이 수긍해왔다. 물론 타이밍이 엇나가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같은 자리에 서게 되면 서로 이해하는 것이 생깁니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내가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친구의 말이 거슬렸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존중한다는 건, 엄청나게 훌륭한 것이다. 살아보지도 않은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적인 수용과는 또 다른 말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살면서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나의 양심을 지키는 일은 "소신"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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