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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Apr 05. 2023

걱정에 사로잡혀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내는 방법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젬 오빠는 나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가서는 침대 옆자리에 눕혔습니다. "잠을 청해 봐. 내일이 지나면 모두 끝날지도 몰라." 오빠가 말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어젯밤의 내가 생각났다.

(보름 전쯤 써두었던 글을 조금 수정하며 올린다.)


몸이 고단하니 잠이 금세 스르륵 들었다가. 30분 정도 후에 머릿속에 이상한 약물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에 잠이 깼다. 그리고 내 불길한 예감대로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어떤 걱정과 나쁜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이 또한 예상했던 일이다. 한창 불면증에 시달릴 때 증상이다. 오늘 밤도 잘 자긴 글렀구나, 이 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꼭 이 이런 날은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다. 4월부터 일하게 될 회사에 인사드리러 가기로 한 날인데 썩은 얼굴을 하고 가겠구나... 부정적인 생각과 사소한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나를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간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난 이럴 때 어떻게 해왔는지, 과거에 했던 방법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유기성 목사님 말씀 듣기, 좋아하는 책 읽기. 일단 이 두 가지는 폰을 다시 켜거나 일어나야 하므로 패스했다. 사실 귀찮았다. 내가 선택한 귀찮음 때문에 나는 얼마간 더 괴로워졌다. 그러다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하다가 기도를 했다. 기도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명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실행한다면...' 하고 생각하 니 마음이 조금씩 평안해졌다. 그 끝엔 행복한 내가 보였다. 그리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정도로 추정한다. 새벽 요가를 하려고 맞춰뒀던 알람을 껐다.


아침에 일어나니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젯밤에 나를 잠들게 했던 기도에 대한 대답은 "미움의 대상을 용서하는 것, 무조건 적인 용서를 하는 것"이었다. 아침 되자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렸다. 나는 또 간사해진 것이다. 기도로 받은 대답을 실행하지 않았다.


또다시 밤이 되었다.

오늘 밤은, 아직 침대에 눕기 전이니 좋아하는 책을 꺼내 다시 읽어본다.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책이다.



밤의 감정, 아침의 점검​.

아침은 어제의 일에 대한 여러 감정이 이성적으로 정리되고,
오늘의 새로운 에너지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 일어나 처음 드는 생각이 대부분 당신을 기분 좋게 한다면 인생은 바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보고 점검해도 좋다.
반대로, 밤은 발상이 자유로워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련, 후회, 슬픔, 우울이 노크 없이 제멋대로 찾아오는 감정적인 시간대이기도 하다.
늑대 인간이 밤에만 늑대로 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이 밤에 나는 큰 실수를 저질렀고, 내 인생은 망했고,
세상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할 일은 편안한 면 티셔츠를 입고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짓은 순간의 그 감정을 누군가에게
문자나 말로 전하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그것들이 별것 아니었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힘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_024


미리 괜찮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괜찮아질 테니

(...)
시간이 약이라면, 그것을 이용하자.
지금이 바로 며칠 후, 몇 주 후, 혹은 몇 달 후라고 상상해 보자.
드라마의 암전 후 '몇 년 후'라는 자막이 뜨며
모든 문제는 해결되고 헤어스타일이 바뀐 주인공이 생기 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듯,
스스로가 그 주인공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불분명한 미래가 아닌 분명한 현재로부터,
거짓말로 기만하며 나를 속이는 사람이 아닌
진실한 응원을 해주는 사람으로부터,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며
내가 괜찮아질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앞당겨보자.
(...)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_212


다정하고 똑똑한 젬, 그 어린 나이에 이런 시간을 많이 보냈나 보구나. 젬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짠하다.

우리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겠지만, 정작 나의 그 시절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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