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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김웅기 Mar 27. 2024

먹고 사는 일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은 수요일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애써 즐겁게 출근하는 중이다. 주야 교대로 돌아가는 이 공장도 한 달만 더 다니면 끝이다. 왠지 시원섭섭해진다. 한 달 뒤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했던 책을 실컷 읽고 글도 왕창 쓰게 될까? 그래도 일주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푹 쉴 수 있겠지. 물론 이 공장이 돈은 많이 줬다. 시간을 엿 바꿔 먹듯 돈이랑 바꾸고 나서 내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반지하 방에서 폐인처럼 지내다가 난생처음으로 생계라는 걸 가꿔보려 하니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돈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처음엔 부담 없이 친구들 술도 사주고 글 쓸 컴퓨터도 삼성 신상 노트북으로 깔쌈하게 바꿔주고 읽지도 않을 전집들을 몇 십씩 주고 숭덩숭덩 사서는 책장에 전시를 했다. 애인과 코스요리를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여행을 가서도 택시를 탔더랬다. 그러다 돈을 좀 모아야겠다 싶어서 소비를 조금씩 줄이고 달마다 나가는 카드값도 딱 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버는 돈은 똑같은데 막상 모으려고 하니까 돈이 자꾸만 부족했다. 이제 슬슬 결혼도 해야 하고 집 대출도 갚아야 하는데 매달매달이 보릿고개 넘어가는 기분이 드는 것 아닌가? 여기에 이제 더 다닐 수도 없다고 하니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돈 좀 모을 걸…


기분이 팍 식었다. 나와도 바로 일을 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자연스레 먹고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로또나 돼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헛된 상상도 마지않는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먹고 사는 문제와는 연관도 없는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몇 작가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또 조금 괜찮아진다. 이 무책임함. 이 무지함.


갑자기 봄이다. 꽃이 엄습하듯 핀다. 나는 무섭지 않다. 또 왔구나 하면서 또 갈 거지 묻는다. 정해진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나 영특하게 내 인생을 영위할 수 있을 건지는 확답할 수 없어. 그렇지만 봄아, 네가 찬란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가 있어. 그리고 또 잠깐인 너를 그리워하며 그리움의 첨탑이 완성될 때쯤 네가 다시 돌아와 나를 처참하게 무너뜨릴 거란 것도 알고 있어. 내가 모르는 건 단지 나의 생리. 내 끝나지 않는 가난의 기분. 그것을 성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나는 철들지 않는 시란다. 눈물이 난 걸 보니 수요일이 맞나 봐. 넘어가는 중이야. 내게 중요한 걸 생각해 본다. 글 쓰는 일이 먹고 사는 일과 무관하다는 말은 취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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