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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May 14. 2024

요리를 그냥 하는 여자와 요리를 잘하는 남자

늘지 않는 요리 솜씨에 좌절하는 여자에게

여자와 남자는 10년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여자와 남자는 소꿉장난하는 기분으로 신혼을 보냈고,

특히 여자는 요알못이지만 열심히 요리를 했다.


그 여자의 신혼 초 요리 솜씨는 대략 이랬다.

예를 들면 무생채를 만든다면서 무를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고춧가루를 붓고 니 맛 내 맛도 아닌 허여멀건한 무생채를

만들거나, 시금치 무침을 한다며 시금치를 씻지도 않고 바로 데치는 그런 수준의 솜씨 었다.

주부가 된 지 14년 차에 접어든 그 여자는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럽다.


여자는 아들 둘을 낳고 나니 이유식부터 뭐든 해야 했기에

이것저것 할머니가 해주셨던 음식들을 기억하며 밑반찬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자의 치명적인 문제는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고 할머니가 설명해 주셨던 레시피를 기억하거나, 대략적으로 어떤 재료가 들어갈지 레시피를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 자신의 감을 믿고 음식을 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할머니는 늘 살아생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집가면 다 하게 되니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보기만 도 된다."

실제로 할머니는 6.25 전쟁으로 개경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오셨는데 그 이전까지는 요리를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으셨다.

그래도 할머니는 뛰어난 요리 감각으로 센스 있는 음식들은 물론이고 손녀 둘에게 늘 맛있는 음식을 척척 해주셨다.


여자가 할머니에게 요리 레시피를 물어보면

"할머니 내 콩자반 만들려고 하는데 어째 만들지?"

"뭐 없다. 콩 좀 담가뒀다가 불면 물 버리고 새로 부어가

이리저리 하면 된다."

"그럼 설탕은?"

"요 마이"

.

.

"아니, 할머니. 요 마이라 하면 내가 어떻게 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는 정말 친절하게 할머니만의

비법을 손녀에게 전수를 해주셨다. 하지만 요알못에게 '요 마이, 조금'이런 단어는 어렵고 난감한 용량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묻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음식을 하던

여자는 자기가 무슨 장금인 줄 알았나 보다.

그러니 요리가 늘지도 않고 늘 2% 부족하지.

여자의 배추된장국과 시금치 무침(친정엄마의 오이무침과 깍두기는 덤)
여자의 요리2 : 오이무침
여자의 요리3 : 취나물 무침
여자의 요리4 : 가족들이 인정한 여자의 미역국

그럼 이 집에 같이 사는 남자는 어떨까?

이 남자 매력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세상 다정한데 음식도 잘한다. 잘 먹고 맛있게 먹어서 음식도  잘하는 것 같다.( 여자의 추측이다)

뭐든 맛있게 먹기 위해 정확한 요리 레시피를 하나도

아닌 세네 개를 찾아 음식을 만든다는 그 남자.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여자와는 완전 차이가 나는 남자의 정성에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아빠의 음식들은 등갈비찜, 제육볶음, 김밥, 떡볶이, 삼겹살 콩나물볶음 등의 메인 요리급이라 육식대원들에게 늘 환영을 받는다.

남자의 요리1 : 삼겹살야채볶음
남자의 요리2 : 양배추 겉절이
남자의 요리3 : 다소 거칠어보이는 김치찌개(그러나 맛은 굿!!)
남자의 요리4 : 분식 최강 메뉴(떡볶이,오뎅 그리고 계란물 입힌 김밥구이)

TV에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엄마보단 아빠를 먼저 찾는

착한 아이들.


앞으로 이 남자의 요리는 여자는 물론이고

함께 살고 있는 육식대원들에게 설렘을 듬뿍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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