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회복기
"아 그.. 그 말 뭐지?"
어느새 주변 사람들과 대화에서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었다. 머릿속에 생각은 늘 그리며 살았던 것 같은데 하얀 도화지에 하얀색 물감으로 생각을 그렸나. 도무지 내가 그렸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문해력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또 필요했고) 내용의 제한 없이 한 문장 혹은 장문의 글을 메모장에 적어 두면서 글 쓰는 연습 아닌 연습을 틈틈이 하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흥미를 잃었을 때, 바닥보다 더 아래 있을 때에도 글을 쓰던 습관은 관두지 않았고 내 현재의 상황과 기분을 글로 남겨보니 작은 계획이 하나 생겼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말을 집중해 듣는 편이다. 멜로디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가사말을 집중해서 보면 노래가 또 다르게 들리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더 들여다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수 윤종신 님의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그중 정인님과 함께 부른 ‘오르막길’이라는 노래의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이라는 구절을 특히나 좋아한다.
사실 우리의 인생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의 정의는 애매할 수 있다. 나는 올라가고 있지만 타인이 봤을 때 내리막으로 보일 수 있고, 타인이 봤을 때 내리막이지만 나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은 내가 정의하고 판단하는 게 스스로에게 건강하겠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면서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과 판단을 아예 배제하기란 또 쉽지 않은 순간이다.
나 또한 흥미 회복을 실천하면서 혼자만의 오르막길 향해 가고 있다. 오르막길의 정상이 어딘지, 끝이 어디쯤인지는 사실 아직 모르겠다. 겁도 없이 나 하나만 바라보고 무작정 향해 가고 있다.
다음의 글은 어느 정도 잃어버린 흥미를 찾아 바쁘게 지내는 나의 일상이 될 수도 있고 더 힘든 하루를 보냈던 나의 또 다른 고해성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길을 향하든 오늘 시작한 ‘흥미 회복기’는 내가 생각하는 오르막길의 정상을 향했을 때, 스스로 자만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초심이 될 테고 내가 내리막길을 향해 가더라도 큰 위안과 동기부여가 될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앞으로 나와 비슷하게 흥미를 잃어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잃어버린 흥미를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두에게, 나의 서툰 글이 모여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되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몇 부작인지 모를 '흥미 회복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를.
나의 소중했던 흥미를 다시 되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