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배추쌈

by 글마루

천식을 앓는 아버지를 둔 친구네는 마당에 있는 한 뼘만 한 밭뙈기 하나가 유일한 재산 구석기 막집 같은 초가 단칸방엔 종일 기침이 끊이지 않는 늙은 아버지가 하루 종일 방바닥에 씹다 만 껌딱지처럼 붙어 쇳소리가 서리처럼 피어올랐다

아침이면 친구의 어머니는 밤새 받은 오줌을 배추밭에 뿌렸다 그 집을 지날라치면 지린내가 먼저 마중 나와 내 코를 톡 쏘고 달아났고, 친구의 어머니는 하루도 어김없이 배추밭에 오줌을 뿌렸다 매일 새벽 부처님 전에서 염불하는 스님처럼……

어느 날 친구의 어머니는 내 손을 붙들고 꼭 밥을 먹고 가야 한다며 기어이 내 손에 숟가락을 안겼다 마당에서 금방 뽑은 배추쌈이 전부인 밥상도 없이 방바닥에서 비들비들 말라붙은 된장 종지에 배추를 찍었다 이상하게도 지린내가 고약했던 배추에선 고소한 내가 풍겼고 안 먹겠다던 나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가난한 우리 집보다 더 가난한 친구가 있어 기가 덜 죽는다고 안도했던 맹랑한 소녀는 가끔, 언덕배기 배추밭과 알 덜 찬 배추쌈이 그리울 때면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배추밭 사이로 팔랑거리는 환영이 보인다 빈혈로 밀가루처럼 하얗던 친구의 낯빛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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