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by 글마루

병풍 뒤에는

낡은 이불에 둘둘 말린

아비가 누워 있었다

아니, 아비가 아니라 그저

해골에 지나지 않았다

온기라곤 한 톨도 없는

낡고, 때 묻고, 얼룩지고, 찢어진 넝마 같은

병풍이라고 부르기조차 무색한

그것이 빛과 어둠을 갈라놓았다.


애초부터 내 것은 없었던 듯

남이 입던 옷과 유행 지나고 싫증 나버린

넥타이는 그의 목을 옥죄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줬다

남의 땅에 씨를 뿌리고

손가락 발가락으로 논밭을 갈아

거두어 봐야 남는 건 쭉정이뿐

갈 때조차 빈손 아니랄까 봐

속 알맹이까지 다 쏟아붓고

혼조차 먼저 달아나 버렸다


한 방울의 미련도 없이

몸속 수분까지 증발해버리고

미라보다 더 가뿐하게 가뿐하게

사라지고 싶었나 보다

허물어질 듯 담장만큼이나 위태로운

불쏘시개감으로 던져버릴 너덜너덜한 가림막 뒤엔

머리카락만 올올이 살아 오르듯

지친 한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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