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야기

8. 봄이 오는 소리

by 글마루

새학기 첫 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마음껏 늦잠을 자리라 다짐했건만 일찍 눈이 떠져 다시 잠을 청하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봄 햇살이 내게로 마구 쏟아졌다. 남동생이 점심 먹자기에 친정엄마와 같이 식사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가긴 아쉬운 시간인지라 차를 몰고 경천섬으로 향했다.


주차하고 범월교를 건너는데 벌써 바람이 훈훈한 것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봄은 벌써 옆에 와 있었다는 걸 실감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아직은 나들이객이 많지 않아 한산한 길을 걷는데 엄마의 품처럼 따스한 볕이 걷는 내내 내 곁에 머물러줘 그동안 가라앉았던 기분이 상승했다.


다시 낙강교를 건넜다. 한옥펜션과 낙동강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는 건너편은 유독 정감이 가고 편안함을 안겨주기에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양 반갑다. 다리를 다 건너고 산책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윤슬은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저 물결의 반짝거림에도 마치 어떤 혼이 실려 있는 듯, 내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업무를 풀어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일에 있어서 실수하기 싫어서 가슴 두근거리게 긴장하다 보니 실제로 늘 가슴은 쿵쾅거렸다. 그렇지만 일이라는 게 조급해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법. 오랜만에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내 가슴에도 자그마하게 쉴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드넓은 강과 훈훈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마음이 진정되는 것이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봄볕 따사로운 날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건 여러모로 손해다.


어제 저녁엔 생소한 1학년 교과서와 지도서, 5학년 교과서와 지도서를 보며 어떻게 수업할지 구상해 보았다. 작년에도 처음 맡던 2학년 놀이체육 수업을 어떻게 할지 긴장되고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도 역시 처음 맡는 과목인지라 걱정되고 긴장된다. 뭐든 처음에는 이렇게 걱정과 긴장을 안고 시작하나 보다. 남들이 보기에 겉으로는 나는 늘 자신감 넘쳐 보인다는데 의외로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


하루가 지나고 이제 하루 남은 휴일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늘은 남산으로 향했다. 시청 맞은편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계단을 오른다. 중턱으로 나있는 산책로로 들어서는데 새들이 짹짹짹, 깍깍깍 소리내는데 저건 새들의 울음 소리가 아니라 새들의 웃음 소리이다. 소리가 맑고 우렁찬 것이 저들이 내는 소리에서 나는 봄을 읽었다. 지난주만 해도 새가 드문드문 눈에 띄던 것이 오늘은 여러 마리가 이 가지 저 가지 날아다니면서 제법 요란하게 노래를 부른다.

암흑 같은 겨울을 보내는 것은 캄캄한 굴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지루하고도 지루한 겨울은 나와 힘겨루기라도 하는지 심술쟁이처럼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독 추위에 약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솔직히 겨울이 싫다. 겨울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섭섭해 하겠지만 너무 서글프고 웅크리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나름대로 책 읽고, 여행하고, 글 쓰고 했는데도 겨울은 그냥 시간을 저당잡힌 것 같아 억울함이 있었다.

나는 햇볕 넉넉히 내리쬐는 곳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해바라기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그 자체로 내가 편안함과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이다. 이제 겨우 다가온 봄님이 내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내 행복도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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