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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의 사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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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Feb 14. 2024

행복에 이르지 못한 이유


과거 이휘재가 열연한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인기의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인생의 갈림길에서 두 가지 길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보여준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일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반드시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하는 때는 대상의 실체를 알지 못할 때입니다. 

한편으로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이 길을 걷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할지 알 수 없기에 인생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고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아 길이 안 보인다. (가야 할) 길이 안 보여.’ 

이 문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이미 인생의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라선 어른들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닌 남들이 가는 길 위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MBTI보다 훨씬 다양한 취향과 성격, 감성,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별만큼 다양한 인간들이 선택하는 인생의 길은 너무나 한정적입니다. 그저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갑니다. 달려야 할 각자의 길이 있는데, 남들이 달리라고 하는 길 위에서 남보다 빨리 가기 위해서 사력을 다합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부모를 포함한 타인이 아닙니다. 나를 잘 알기 위해서는 인생의 초년에 이길 저 길을 기웃거려봐야 합니다.

수많은 이들이 전문직과 대기업 취업을 선호합니다. 물론 좋은 직업입니다. 그런데 이 직업들이 나와 맞는지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되었습니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가요? 당연히 아닙니다. 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전에 나에게 맞는 길인지 치열하게 사유해야 합니다.


왜 행복에 이르지 못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회사를 다니며 코인과 주식을 하는 이유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이유도,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막대한 비용의 사교육비를 투자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자들이 행복한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가요? 인생은 부자가 되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여정입니다.

 

EBS의 한국기행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도시를 벗어나 황토집을 여러 채 지으며 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몸이 힘든 날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즐겁다고 말합니다. 누가 시킨 일이었다면 몸은 지치고 마음은 병들었을 것입니다. 여러 채의 집을 돌보는 일을 마치고,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마당에 앉아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주름진 그분의 얼굴은 아이처럼 밝았고,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의 메인뉴스는 수조 원의 돈을 가지고 있는데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구속된 기업인의 소식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황토집을 짓는 남자의 얼굴보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복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의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쟁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이 부자가 되기를 원할까요?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만약 인류가 오직 부자가 되기 위해 산다면 그때가 인류 종말의 순간일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나의 취향과 성향, 하고 싶은 일들을 내일로 미룬 채, 타인의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심지어 쟁취하려 하기 때문에 행복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물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요?

가장 많은 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룬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에 가장 적은 후회를 남기는 것이며,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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