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낮의 재즈 같은 역사강연을 마치고

by 김재완

한낮의 무더위가 모든 걸 녹여버릴 기세로 난리를 치던 날 오후, 경기도 인재발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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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더웠지만 마음은 서늘하였으니 그 연유는 오늘의 청중들이 다름 아닌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는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일명 <G맘대로 콕>의 강사로 선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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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 강의계획서와 강의영상을 제출하였고, 적법한 심사과정을 거쳐 역사강연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30명 정원에서 10명 이상이 신청을 해야 하는 강의가 성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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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루틴대로 강의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곳곳을 둘러보며 먼저 장소와 친해졌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예정된 나의 강연은 강사 소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로 시작되었다. 함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유는 내가 설민석선생님 같은 스타강사라서가 아니다. 공무원선생님들은 오전 9시부터 하루 종일 이어진 강연으로 이미 다크서클이 입술에 맞닿아 이은 상태였고, 조금이라도 강연을 빨리 끝내 달라는 애교가 듬뿍 담긴 환영인사였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나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고, 5시가 아니라 4시 30분에 강연을 마치겠노라고 공언(?) 하자 강연장은 순식간에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 들은 나의 강연에 자신들도 모르게 스며들었으며,- 캬캬캬캬- 휴식시간도 생략한 채 이어진 강의는 4시 4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강의 말미에는 선물로 증정하기로 한 신간 기묘한 한국사를 받기 위한 치열한 눈치(?) 게임까지 벌어졌다.


강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자 교육 담당자가 다시 한번 나에게 박수를 보내주자고 말하자 나는 마치 앙코르 신청을 받은 유명 가수처럼 다시 무대에 올랐다. 강연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강연장을 튀어나가지 않고 무대 앞으로 찾아와 부러 인사를 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많았다.

"강연! 너무 재미있게 잘 들었어요."

"강연 뒷부분에 반전 이야기 나올 때는 울 뻔했어요."

"책을 선물로 받진 못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꼭 살게요. 파이팅입니다."


이 날의 강연을 이렇게 자평하고 싶다. (나의 최대 강점은 작은 일에 크게 기뻐하며, 낯 간지러운 셀프칭찬에 누구보다 능숙하다는 것이다)

지친 직장인들이자 때론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공무원들과 지친 직장인이었으나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가야 하는 아조씨가 완벽한 하모니로 만든 한 여름 낮의 재즈였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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