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명은 개인이 따라 잡기 버거운 속도로 발전하고, 어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고대 황제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떠든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 역사상 가장 악착같이 일하고 있지만 현 인류가 느끼는 거대한 상실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원인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평등사회나 공정한 기회 따위의 말이 뜬구름 잡는 헛소리가 되고,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돈과 권력이 공존하던 시대는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었다. 명예와 권위마저 돈에 종속되자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을 느꼈고, 불공정이 일상이 되어버릴까 두려웠다. 쥐새끼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며, 머슴도 가족을 건들면 양반에게 낫을 들이밀기 마련이다.
인류는 과학의 힘을 빌어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현장으로 가보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 체어의 김칠봉 앵커입니다. 오늘 오전 드디어 인간 판사 대신 인공지능이 주관한 인류 최초의 재판이 치러졌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은 됐으나 판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빨리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인공지능에 의한 첫 재판이 치러진 현장으로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박기대 기자!”
“네. 박기대입니다. 지금 이곳 서초동 일대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기대와 인공지능에 대한 반발이 뒤범벅이 되어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박기자. AI판사는 휴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 직전까지도그간의 수많은 판례를 빠짐없이 볼 수 있고, 감정이 없다 보니 인간보다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판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오늘 첫 재판의 내용부터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네! 말씀하신 대로 AI판사는 업무량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판결 자체가 판례와 법률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재판은 특이하게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두 명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AI판사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사건은 2045년 제헌절을 앞두고 각기 다른 장소에서 시작되어 같은 장소에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