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에서 과일가계를 하는 어머니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쭈구미보다 못한 아들 성기훈은 주구장창 놀다 보니 제헌절이 휴일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장 사람들과 야유회를 떠난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기훈은 저녁 대신 마약을 잡수셨다. 기분이 좋아진 기훈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배회하다 전봇대를 들이받고 기절했다. 얼마 후 그는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에게 발견되었다.
한편 같은 시각 강남에 수십 채의 빌딩을 소유한 할아버지 집에서 기생하며 살아가는 쭈꾸미를 닮은 손자 일남은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평창동 집에서 눈을 떴다. 일남도 배가 고팠으나, 그 역시 밥 대신 자신이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여 판매까지 하고 있는 마약을 투여한 후, 슈퍼 카를 몰고 평창동 집을 나섰다. 집 주변을 벗어나자 불현듯 허기를 느낀 그는 시속 200키로로 서울의 밤거리를 질주했고, 용두동 원조 쭈꾸미집을 100미터 앞에 두고, 주차된 십 여대의 차를 들이받고 서야 허기의 질주를 멈추었다. 때 마침 기훈을 태우고 경찰서로 돌아가던 경찰은 슈퍼 카에 앉아 있던 일남까지 주워 기훈의 옆에 앉혔다. 당일 현장에 있던 경찰의 증언에 따르면, 그때까지 약 기운이 남아있던 둘은 경찰차의 뒷자리에서 시시덕거리며 깐부를 맺었다고 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협의로 가난한 동네 양아치와 슈퍼리치의 손자가 동시에 구속되었고, AI판사는 당연하게도 헌법에 따라 둘에게 실형을 내렸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람들과 세상이 망조가 들었다며 역시 거리로 기어 나온 사람들로 인해 광화문 일대는 한 동안 소란스러웠다.
몇 년이 지나 형을 마치고 출소한 동네 양아치 기훈은 마치 자신이 법의 수호자라도 되는 양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였고, 슈퍼리치의 손자 일남은 시대를 잘못 만난 억울한 희생자의 표정으로 모든 매체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AI판사의 등장에도 지상낙원이 열리진 않았지만, 어떤 이의 재산과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법률이 적용된다는 생각은 마침내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소수의 가진 자들도 드디어 법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일상을 유지하였다. 다만 뉴스를 보다가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사라져 정신 건강은 조금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