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Apr 04. 2024

아침 루틴

 4시 반이나 5시 반 사이에 알람 없이 눈이 떠진다. 아직 멍한 정신을 꺠우기엔 홍차나 커피가 딱 좋은데 요새는 홍차를 자주 먹는다. 85도 쯤 되는 물을 받아 티백을 넣는다. 좋아하는 향과 색이 어우러져 기분이 좋아진다. 


가만히 서재로 걸어간다. 어제 다 치우지 못한 장난감들을 밟지 않게 조심스레 걸어서 도착한 나만의 공간. 어수선하게 정리는 잘 안되어 있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사랑한다. 새벽, 혹은 아침.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좋으련만 요새는 보통 수업 준비를 하거나, 학습지 채점을 한다. 이번 주에는 아이들 글 쓴 것을 고쳐주는 시간인데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과제라서 어렵다. 빨간 볼펜으로 하나씩 밑줄 그어가며 읽고 피드백 해주고 있다. 품은 많이 드는데 하고 나면 아이들과 거리가 한 뼘은 더 가까워진다.


한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쌤은 왜 맨날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세요?

그 말에 순간, 생각해보니 내가 그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 시간이 좋아서, 라고 말하니 이해한 듯 끄덕인다. 늘 소리가 가득한 곳에 지내다보면 소리가 없는 순간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보통 일을 할 때에는 가사가 없는 클래식을 튼다. 유튜브에서 '작업할 때 좋은 피아노 곡' 등을 검색하면 나오는 보통의 음악들을 듣는 편이다.


가끔 시간이 남으면 이렇게 글을 쓰는데 전업 작가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너무나 좋아서 작가가 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좋지 않다던데 나는 계속 미련이 남는다. 교사를 후회하진 않지만 60세가 되어서까지 일하는 내 모습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커피, 책, 글, 그리고 음악을 즐기며 살 수 없을까? 그러려면 지금부터 시간 쪼개 노력해야겠지? 


아- 이 두서 없는 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데 이제 진짜 출근 준비를 해야한다.

홍차도 다 식었고,

시간도 다 되었고,

아침도 밝았고.


오늘이 시작 되었으니

움직여보자.


모닝 루틴- 

끝-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밤 은수의 이야기 (4) 공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