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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30. 2024

틈을 찾아서

자투리 시간을 모아 모아

지난주 (6월 24일부터 6월 28일)는 정말 바빴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하루에 4시간씩 잔 것 같아요. 수요일은 너무 힘들어서 뻗어버렸지만요.

왜 그렇게 바빴느냐, 요새 뭐 학교가 그렇게 바쁘냐고 물으신다면, 일을 좋아하는 워커홀릭의 제가 벌인 일을 수습하는 주간이었다고 답할게요.


먼저, 저는 6월 26일에 전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저희 학교 선생님들 대상이었고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등의 내용을 가르치는 ‘도입’ 단계의 수업을 기획하고 공개했습니다. 그전에 수업 지도안 나눔도 했고, 타 교과 선생님들이 조언해 준 내용을 100% 반영하기 위해 공개수업 날 새벽까지 학습지를 바꾸고 바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요일까지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지금 1학년이랑 3학년을 걸쳐서 들어가는데요. 3학년 수행평가 채점이 또 28일까지였습니다. 점수 입력하고 확인하고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동 교과 선생님과 기준도 맞추고 정리해야 해서 그 또한 중요한 일 중 하나였어요. 결국 내일 제출하기로 했지만, 공강 틈틈이 점수 정리하느라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제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 워커홀릭이거든요. 그래서 학교 일 이외에 계획했던 공모전에 낼 서류 작성하느라 또 애 재우고 계획서를 썼어요. 그날이 27일 목요일이었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금요일, 그러니까 그제죠? 그때가 되니 진짜 몸이 아프더라고요. (아, 참고로 제 사랑하는 딸도 지금 장염 때문에 고생 중이어서 병원도 늘 다닙니다. 참고로 전 뚜벅이고, 차 운전 못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2학기에 있을 작가와의 만남 작가 섭외하고, 프로그램 계획하고, 그러다 또 이런저런 사건 생긴 학년부 일을 정리하고, 생기부 입력 준비를 하고 나니 퇴근 시간이더라고요. 아- 늘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강 시간엔 밀린 행정일 처리하고, 수업 준비 하다 보면 쫓기거든요. 성격상 쫓기듯 일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요. 근데 학교는 늘 쫓겨요. 늘.


수업 준비를 아예 안 할 수 없으니

애랑 놀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수업 진도를 준비해요. 다음 시간에 고유어 끝난 반은 한자어 가르칠 거거든요. 그러면 한자어를 어떻게 가르칠까, 궁리해요. 그러다 보면 학습지 만들 때 완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은 아니에요. 마음이 급해서 그렇지.


전 늘 밤 12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그때부터 새벽 2시까지, 혹은 3시까지 일 하고요. 학습지 다 pdf로 저장해 놓고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해 두고요. 아이패드 굿노트에 파일 불러 놓고 충전해 두고 잠들어요. 새벽 6시에 일어나면 아침에 출근할 준비 해요. 아이 장염 걸려서 유치원 밥 못 먹을 땐 죽 쑤어서 도시락 담아 줬어요. ㅠ.ㅠ


7시 40분쯤 집에서 나가요. 딸내미 기분 좋게 등원시키려고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며 가는데, 등원시키고 나서는 미친 듯이 뛰어요. 500미터를 2분 안에 가야 하거든요. 달리기 못하는데 그냥 뛰어요. 그래야 지하철을 탈 수 있어요.


틈이 없어요.

지금도 사실 딸아이 잠들기 전에 유튜브 두 편 보여주기로 하면서 그 옆에서 그냥 글 쓰는 거예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답답해서요.

소설 쓰고 있었고 네이버랑 브런치랑 그리고 시리즈에 올리고 있었는데 (챌린지로) 그것도 멈췄어요. 당분간 소설 쓸지 장담 못해요.

이제 중1의 하이라이트 자유학기제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써야 하거든요. 점수화되지 않는, 아이들의 활동 결과물로 손수 글로 옮겨 적어줘요.


이것도 성격인데요.

저는 어쨌든 복붙은 못해요. 찜찜하고 또 미안하고.... 여하튼 그래요. 예전엔 복붙 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제가 쓸 수 있는 만큼은 써요. 그러다 보니 한 반 써주는데 오래 걸려요. 그게 7월부터 시작이죠.


저는 학년부장이라 이제 모든 선생님들이 써준 글을 또 읽어가며 점검해야 해요.

성적표 나가기 전에 준비하고요.


그러면 방학이 찾아와요.

아무래도 앞으로 3주 동안은 3~4시간 잘 생각하고 매일매일 보내야겠어요.

이제 10분 정도 있으면 아이가 잘 거예요. 그럼 저는 커피 한 잔 내리고

조금 힐링하다가 바로 일을 시작할 거예요.

해야죠.


힘들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뭐 변화는 없고 일은 남잖아요.

어차피 할 거 즐겁게는 못해도 그냥 해야죠.

노래 들으면서 커피 마시면서.


이 와중에 또 7월 26일까지 내는 공모전 하나 더 할 거예요.

일을 벌이고 수습하면서 행복한 저는 이상한 사람인 거죠?

틈이 없어요.

그래도 틈을 만들어요.


지금도 틈을 겨우 만들었는데

이제 또 사라지려고 해요.


내일도 어떻게든 만들어 볼게요.

꼭이요.


자주, 만나요. 우리.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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