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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Nov 16. 2024

마음을 드려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 말이다. 그것도 이미 졸업한 아이가 아니라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에 대해서 쓰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아무리 꼼꼼한 성격이라 해도 기록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고 나 역시 사람인지라 나에게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가명으로 바꾼다 한들 의도치 않게 아이의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체 그런 부분에서 강박증적인 검열을 거치는 성격이라 글 쓰는 것이 많이 두렵고, 겁이 나 시작이 어려웠던 것도 맞다. 이걸 써도 될까, 이래도 될까, 실례가 아닐까, 내가 자격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무려 세 편이나 쓴 이유는 딱 하나다. 녀석들에 대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칭찬보다는 충고와 조언, 잔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 게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한다, 잘하고 있다, 넌 최고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던 녀석들도 중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그렇게 해서 성적이 나오기는 하겠냐, 공부는 안 하냐, 다른 애들은 벌써 시험공부 시작했다는데 너는 뭐냐,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된다.


사춘기가 찾아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말 한마디는 큰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저들끼리 친하다고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곱고 좋은 말을 나누는 경우는 많지 않다.(실제로 난 애들끼리 이야기 나누는 걸 보면서 말한다. 내가 너희랑 친구라면 나는 상처받아서 막 울 것 같다고.) 


- 응, 됐고.

- 응, 아니야.

- 응, 안 물어봤고.

- 너나 잘해.

- 어쩌라고.


같은 말은 예사다. 서로에게 건네는 거친 말 중엔 나중에 커서 돌이켜보면 이불킥을 날릴 만한 것들도 많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내가 느낀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단점을 지적하며 고치라고 말한다면 적어도 나만큼은 내가 관찰하며 찾아낸 좋은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아주 솔직하게. 담백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 너는 정말 다정하구나.

- 너는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해.

- 너는 글을 읽는 속도가 무척 빠르고 이해력이 좋아 책을 잘 읽는구나.

- 엉뚱한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 재능이 있어 보여.


같은, 그런 좋은 점들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아니 ‘좋은 점’이라고 표현하면 아쉽다.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함’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한 명씩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오래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와 그 아이가 겪은 일들, 그때 내가 느낀 감정들, 그리고 어쩌면 놓칠지도 모르는 정확한 사실들. 마지막으로 꼭 적어주고 싶은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함’을.


그렇게 고르고 골라 쓴 글에는 당연하게 내 마음이 담겨있다. 내 글을 보고 조금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누가 뭐래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그 순간까지 너는, 내게 소중한 제자라는, 그 마음.


그러니 내 글은,

내가 만난 아이들에 대해서 쓴 글은

사실은 내 마음을 드리는 글인 셈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피곤해도, 

오글 거린다고 애들이 싫어할 것 같아도

나는 쓴다.


나의 아이들에 대해서. 




사진: UnsplashPriscilla Du Pree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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