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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Aug 24. 2022

마음이 안기는 여백의 품

카페 포옥이 갖는 너른 포용성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누군가를 안을 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여유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랑의 품으로 상대를 한아름 안을 수 있는 나의 마음과, 나 역시 상대에게 몸을 맡기며 마음을 기대는 경험은 포근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 '포옥'이라는 귀여운 두 글자를 고르려 한다.


옥구슬을 안는다는 의미인 포옥(抱玉), 삶의 소중한 가치를 구슬에 빗대어 표현한 작명이다. 우리라는 옥구슬을 포옹하는 공간과 자연은 포옥 안겼다 떠난 사람들이 편안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오늘의 몸과 마음을 품어내는 모성애적 공간, 포천 카페 포옥을 소개한다.




숨김과 선택


메인 입구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다양한 진입로를 제시한다. 위 방향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1층의 빈 공간으로 풍경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공간 경험의 시작을 연다. 어느 길이든 자유롭게 선택하며 거닐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붉은 벽돌과 회색 콘크리트, 자갈과 식물들의 조합이 자연스럽다. 서로 다른 형태와 색깔의 재질들을 뛰어난 감각을 발휘해 엮어낸 건축물임을 알 수 있다. 포옥만의 고유한 첫인상이다.



정돈된 개방감


의자 너머로 보이는 노란색 꽃들을 따라 걸음을 옮겨본다. 시원하게 그늘진 공간에 좌석들이 놓여 있다. 콘크리트 천장의 모서리를 따라 설치된 조명은 은은하고 안정적인 균형미를 돋보이게 한다. 벽면을 미닫이문으로 만들어 벽이라는 경계를 자유롭게 개방하는 의도가 보인다. 야외 정원을 향해 시선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정에는 키 높은 나무를 심어 자연스레 하늘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위쪽에 유리창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위층 내부 공간에서도 중정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눈높이에서 보이는 가로축의 정원과 천장을 뚫어놓아 올려다보는 세로축의 하늘이 공존하는 1층의 개방성이 재차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플한 콘크리트 좌석 겸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뒤에 숨겨놓은 독특한 시각성은 공간의 이색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는 데 일조한다.



자유로운 걸음


정원을 따라 길게 내어진 처마 밑 그림자와 나무 근처의 야외 좌석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사각형의 돌로 내어진 길은 모래밭과 풀밭의 모습을 잘 정돈된 형태로 보여준다. 우리를 특정 동선에 묶어놓지 않는다. 열린 벽과 자연 사이로 자유로이 다닐 수 있어 다시 한번 긍정적인 개방감을 전달하는 1층 공간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어서 왼쪽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내부로 입장한다.



따스함의 면적


1층에서 보았던 주황색 빛과 콘크리트의 질감이 내부에서도 따스한 온도감으로 통일된다. 자연이 보이는 통창은 커다란 스크린이 되어 우리에게 라이브 공연을 펼쳐주는 듯하다. 바닥, 창문, 벽, 소파 등 전반적인 면적을 여유 있게 사용하여 시선과 몸이 포옥 안길 수 있도록 의도했다. 쉼의 가치를 정교하게 구현해낸 공간임을 감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의적 시선


셀로판지를 붙여놓은 듯 바깥세상을 새로운 색으로 해석하게 되는 신선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포옥이 제시하는 창의적 관점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무드의 공간에 사용되지 않을 법한 컬러를 사용하여 반전의 요소를 더한다.


안쪽 넓은 공간의 벽면에는 영상이 재생되며 시선을 끈다. 거대한 디지털 화면이든 그 옆에 위치한 자연스러운 풍경이든 시선이 닿는 곳에 지루함은 없으며 오로지 편안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흐르고 있다.




메뉴


부족함 없는 메뉴들을 준비해 놓았다. 오후 시간이 되면 카페인을 주의해야 하는 필자는 오미자 에이드를 주문했다. 오미자의 복합미가 그대로 살아있고 단맛과 산미가 아주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다. 마셔본 에이드 중 퀄리티가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반쯤 얼어있는 과일들을 씹어먹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앞서 보았던 중정을 내려다볼 차례, 같은 공간을 두고 시점을 다르게 적용하여 보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체험이 된다. 햇빛과 비, 눈의 날씨 변화를 모두 수용하는 중정은 본 공간의 메인 감상 포인트이자 주인공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벽돌과 콘크리트를 사용한 부분에 있어 재질과 색감의 조화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머물며 제대로 음미하고 싶은 곳이다. 옥구슬을 품은 포옥의 공간과 자연의 아늑함을 다시금 마주하여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에만 묻어나는 공기와 분위기는 마음의 상태를 편안함으로 충만하게 한다. 심신을 이완시키고 싶다면 이곳을 찾으시라.




위치: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685-20

시간: 10:30 - 19:00 (목 휴무)

연락처: 010-2081-5446

주차: 매장 앞 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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