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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례 Jul 09. 2022

지금 있는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

식물을 키운다는 건

안착 (安着) : 마음의 흔들림 없이 어떤 곳에 착실하게 자리 잡음.


서른 즈음에 모든 것에 실패한 채로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됐었다. 스무살 이후로는 혼자 쭉 타지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른살이 넘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딸이 되어 다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무렵 식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났지만, 잠시 부모님댁에 ‘머물며’ 다시 독립을 계획하던 나로서는 집에 식물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인터넷으로 예쁜 식물을 알게 돼도, 길을 걷다가 화원에서 멋진 식물을 보아도, 막연하게 '언젠가'를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몇년 뒤, 다시 독립을 하고 온전한 내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무렵 나는 더 이상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꿈꾸지도, 기약 없이 긴 여행을 계획하지도 않게 되었다.


식물을 키운다는 건 나의 공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있는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도 필요한 일이다. ‘지금 여기 있는 나'에 만족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식물과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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