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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챔버 Mar 28. 2022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그 누구도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여서는 안된다.

 늘 바라던 꿈이 있었다. 광활한 유럽 대륙을 자동차로 하염없이 달려보는 게 청춘의 가장 큰 바람 중에 하나였다. 세상이 사람 마음먹은데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늘 꿈꾸다 보면 비슷하게 흘러가기는 하는 것 같긴 하다. 다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라 낯선 향신료가 뿌려진 김치찌개를 먹는 일처럼 당황스러움이 추가될 뿐이지만.. 폴란드 출장 열흘만에 거의 1800킬로 미터를 이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폴란드까지 비행 거리를 뺀 순수하게 자동차로만 10일 동안 이동한 거리다. 앞으로도 한 열흘 남았으니 아무래도 3000킬로미터는 찍고 돌아갈 듯하다. 휴~ 3000킬로 미터 자동차 동유럽 여행? 아니 출장이라~ 이걸 꿈을 이뤘다고 해야 하나? 그래 그렇게도 원하는 바인데 이런들 어떻게 저런들 어떠랴. 난 지금 광활한 유럽 대륙을 열심히 달리고 있고 또 원 없이 더 달릴 테니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폴란드 국경 프셸미실 지평선 노을.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인 평화로운 시골 도시

#1. 다시 해외출장.

 감옥생활 같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25일 동안 다녀오고 자가격리 3일. 3차 백신 접종. 그리고 오미크론 온 가족 확진. 다시 자가격리 일주일. 1월부터 어마 무시하게 다이내믹한 2022년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간 첫날 다시 데스크로부터 연락이 왔다. 폴란드를 좀 가야겠는데... 


#2. 100년 만의 다시 찾아온 디아스포라.

 설마 전쟁이 진짜 나겠어? 전쟁이 임박하다는 뉴스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을 때 베이징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던 동료들과 한 소리였다. 그런데 얼마 후 미친 푸틴은 정말 우크라이나에 폭탄을 퍼붓고 미사일을 쏘고 탱크를 밀고 들어왔다. 폴란드 현지에 와서 만난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사람들 역시 정말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사람들. 바르샤바에 만난 고려인 A씨가 보여준 가족사진에는 새련미가 넘치는 집안 모습과 듬직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행복함과 안정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렇게 단란했던 가족이 갑작스런 전쟁통에 남편은 징집되어 전쟁터로, 부인과 두 명의 아이들은 옆 나라 폴란드 바르샤바의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생활이 힘든 A씨는 폴란드 한인회의 도움으로 바르샤바의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반나절 가량 일을 하고 있었다. 난민촌에서 식당까지는 약 2시간 거리. 버스만 2번 갈아타야 하고 난민촌에 남겨진 아이들은 너무도 열악할 수밖에 없는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내내 어딘가 불안해하는 그녀는 가족사진 속의 그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터라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포함한 고려인들은 어쩌면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듯 다시 서쪽으로 흩어져야 할지 모른다. 100년 만에 2번째 디아스포라가 시작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피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데일리 메일

 #갈 곳 없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그리고 손님이 부담스러운 폴란드 사람들

 지금 약 230만 명의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폴란드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흩어지고 있는데 그중 갈 곳이 없는 대부분의 우크라이나인들은 피난민 대피소에서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갈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16세에서 60세까지의 남성들은 대부분 징집 대상이라 우크라이나 밖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에는 대부분 노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여성들만 보였다. 갓난쟁이들도 꽤나 보였다. 돌이켜 보면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작년부터 차곡차곡 전쟁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난민들 대부분은 진짜 전쟁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분명 미치광이 푸틴이 원흉이지만 그 미치광이를 막지 못한 미국과 NATO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문제가 있다. 이 전쟁에 포함된 정치인들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전선에 러시아를 포함시켜 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까지로는 미국의 생각대로 전 세계가 러시아를 비난하고 중국을 경계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한국처럼 분단시켜 NATO의 완충지대 겸 우크라이나의 해양을 봉쇄해 사실상 육지 국가로 고립시키려고 한다. 이 역시 지금까지 양상으로 보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푸틴에게 세상의 비난 따위는 전혀 위협이 되질 않는다. 폴란드는 우크라니아 난민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인도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유럽으로의 전쟁의 확산을 막는 최후의 보류로 세상에 이름을 다시 알렸다. 그러면서 NATO를 비롯한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방위비용을 보전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치판과 자국의 셈법이 우선 시 되면서 전쟁이 길어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죽어나는 건 죄 없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너무 갑자기 불어난 피난민들로 인해 당장 집값이 상승하고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폴란드의 일반 시민들이다. 특히 폴란드 사람들은 밀어닥치는 피난민들과 계속되는 구호 활동에 확실히 지쳐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을 조금씩 경계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인다. 

현지시각 3월 26일. 바이든이 바르샤바에 있는 피난민 등록소를 방문했다. 미국은 정말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 관심이 있긴 한 걸까? / 사진 AFP

#. 전쟁의 확산.

 취재를 도와주는 폴라드인 가이드는 지금의 상황이 2차 대전 전 상황과 너무도 유사하다고 했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대학생 K는 9월에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고 말한다. 21C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반인륜적인 전쟁이 눈앞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방인이 잠시 살펴보고 느끼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어 보였다. 지정학적인 세계정세를 볼 때 한반도 역시 마냥 안전하다고만 할 수 없다. 중국의 제1도련에 한반도가 버젓이 포함되어 있고 대만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확약고 같은 상태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서구 동맹을 강화하는 동안 유라시아의 판을 바꾸려는 러이사와 중국이 또 다른 도발을 일으킨다면 한반도가 전쟁에 중심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을 앞으로 5년을 집권할 이들의 외교 판단 능력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실리적인 외교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자칫 잘 못 판단할 경우 정말 엄청난 재앙이 불어 닥칠지 모른다. 어서 빨리 이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염원과는 달리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그나마 더 이상의 전쟁의 확산은 전 세계가 공멸할 수 있음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인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집단지성의 올바른 판단을 믿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출장을 다니면서도 이번처럼 찝찝함이 가시질 않은 적은 처음이다. 피난 기차를 타기 위해 엄마손을 꼭 부여잡은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어른들의 탐욕이 너무도 부끄럽고 미안했다. 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인류의 유산이 더 이상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우린 후대에 잠시 빌린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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