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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21. 2024

<이매큘레이트> 자고 일어나니 잉태된 그것의 정체


세실리아(시드니 스위니)는 어릴 적 얼어붙은 호수에 빠져 심장이 7분이나 멈추며 임사체험을 했다. 기적처럼 살아난 세실리아는 자신을 구원한 신의 존재를 굳게 믿으며 신실한 종교인으로 성장한다. 결국 수녀가 되어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품던 중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의 초청을 받아 낯선 곳으로 오게 된다.     


미국에서 온 탓에 언어와 문화도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주변의 따뜻한 환대와 관심에 조금씩 적응해 나간다. 세실리아가 오게 된 수녀원은 어린 수녀의 교육과 죽어가는 수녀의 돌봄을 동시에 진행하는 수녀원이다. 수녀의 시작과 끝이 닿아 있는 미묘한 장소에서 신과 가까워지는 기분의 성스러운 체험을 여러 번 겪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환영과 경험을 한 밤 이후,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한 번도 성행위 경험이 없던 세실리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기운을 느끼지만 수녀원은 동정녀 마리아의 재림이라 부르며 추앙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세실리아는 주변의 동경과 걱정을 한 번에 받으며 걱정스러움에 잠긴다. 점점 조여오는 불안함, 이상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붙잡혀 끔찍한 일을 겪는다.      


제작자 변신 시드니 스위니의 하드캐리     

<이매큘레이트>는 할리우드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시드니 스위니’의 하트캐리 영화다. 시리즈 <유포리아>에서 캐시 역을 맡아 젠데이아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순수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품고 있는 얼굴과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독보적이다. 아역시절부터 다져온 탄탄한 연기력과 잘 자란 비주얼로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밖에도 시리즈 <종이의 집>에서 교수 역을 맡았던 ‘알바로 모르테’가 의문의 테데스키 신부를 맡아 시드니 스위니와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이탈리아의 주목받는 배우 ‘시모나 타바스코’와 ‘베네데타 포르카롤리’가 참여해 로마라는 장소적 상징성을 더하는 데 일조한다.      


<이매큘레이트>는 16살부터 품어온 꿈을 이룬 영화다. 9년 전 <이매큘레이트>의 오디션에 참여했었지만 제작 여건이 허락지 않아 무산된 영화를 본인 제작사인 피프티 피프티 필름에서 취해 제작자로 나섰다. 시리즈 <핸드메이즈 테일>의 시즌 2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비주얼의 균형을 찾아 기이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시드니 스위니는 배우와 제작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심도 있게 접근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일까. 고전 <오멘>과 <악마의 씨>의 아름답지만 불안하고 두려운 공기가 지배하고 있다. 신실한 믿음을 간직한 ‘수녀’라는 존재가 악으로 희생당하는 과정을 기묘하게 담아냈다. 서서히 쌓아놓은 서스펜스를 터트리는 마지막 장면의 전율은 충격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종교와 과학의 이종교배

이야기의 형식은 수녀원을 배경으로 한 다수의 공포영화와 비슷한 맥락이다. 제목 이매큘레이트(Immaculate)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단어의 뜻은 ‘흠결 없는 깨끗한’이며, 뜻의 전복과 은유가 가득하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졌던 비밀스러운 역사와 종교의 뒤틀린 광기는 최근 개봉한 <오멘: 저주의 시작>, 고립된 수녀원에서의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일화는 <베네데타>가 떠오른다.      


사실 폐쇄적인 종교집단을 소재로 한 영화는 부패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순결한 여성은 목적을 달성하는 매개체가 되어 실험, 희생물로 전락한다. 집단의 교리에 의문을 품거나 항의하면 여지없이 고문과 제거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수년간 죄 없는 여성이 쓰러져갔고 수많은 피로 세워진 성전이 영화 속 슬픔의 성모 수녀원이다.     


<이매큘레이트> 속 세실리아는 앞선 영화를 따라가는 듯 보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비튼다. 수녀원에서 벌어진 사건의 실체가 종교와 과학의 이종교배라는 추악한 진실이다. 대립이 아닌 결합이라는 포인트는 이방인인 세실리아를 친절히 돌봐준 테데스키 신부가 생물학 전공 과학자라는 설정으로 확인된다.      


겉으로는 평범한 수녀원처럼 보이지만 미친 과학자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덫. 예수 재림을 꿈꾸는 유전자 결합의 세계관은 신선한 접근이라 할만하다. 다만, 그 과정이 생략되어 대사로만 유추할 수 있어 아쉽다. 혹시라도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바라건대 그 비밀을 풀어내는 이야기로 충족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오멘: 저주의 시작> 리뷰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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