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마세요, 곤충 이야기니까.
"그거 아세요? 곤충들이 탈피할 땐 목숨을 걸고 하는 거래요." 이전에 어떤 모임에 갔다가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곤충들의 변태에는 인간이 때를 벗겨내는 정도의 고생만이 필요할 것이라 짐작했기에,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말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그 일 이후 길을 걷다 매미 유충 껍데기 같은 것을 보면 ‘아, 쟤도 목숨을 걸고 탈피하는 일에 성공했나 보다. 대단하네.' 감탄을 하고 만다.
어제는 매미 유충 껍데기를 본 일도, 감탄한 일도 없었는데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그거 아세요? 곤충들이 탈피할 땐 목숨을 걸고 하는 거래요."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한 일이 있었거든.
연약한 곤충들은 탈피 한 번에 목숨을 걸지만, 곤충들에 비해 덜 연약한 인간들은 탈피 한 번을 하려면 그동안 살아온 자기 세계를 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진리라고 생각해 온 자신의 세계를 부수는 일에 목숨을 걸 만큼의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남이 볼 땐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 신념 하나에도 어쩌면 그들의 세계가 깃들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는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조심스러워야 하겠지. 별안간 떠오른 어제의 그 마음을 잘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결국 나는 나만이, 당신은 당신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