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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mi Sep 05. 2018

팟캐스트 들으시나요?

어디, 제가 한 번 추천해보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오후 수업은 거의 자습이었다. 학원에서 이미 나간 진도를 학교에서 뒷북치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수험공부를 하라는 배려였을 것이다.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그중 절반 이상이 같은 주파수 대역을 공유했다. 수상한 타이밍에 여기저기서 숨죽인 웃음이 새어 나오면 우리는 슬몃 고개를 들어 모종의 눈빛을 교환했다. "너도 컬투쇼?" "어, 너도?" "푸흐흡" 우리의 퍽퍽한 수험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것은 '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 '열심히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같은 기괴한 말들이 아니라 B급 감성의 병맛 나는 사연들을 맛깔나게 들려주던 컬투의 목소리와 곳곳에 숨어 있는 공범자들의 웃음소리였다.


이전에 썼던 "통역사의 영어 공부"라는 글에 팟캐스트를 들으라는 내용을 적은 바 있다. 구독하고 있는 팟캐스트 중에서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콘텐츠 자체도 훌륭해서 듣는 재미가 있는 팟캐스트 다섯 가지를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NPR Up First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 (National Public Radio)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국 동부 시간 기준 매일 아침 6시에 주요 뉴스를 10분 분량으로 요약정리해서 들려준다. 정치, 시사, 대중문화를 고루 아우른다. 하루 10분만 투자하면 미국 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Morning Edition>, <All Things Considered>, <Planet Money>도 추천한다.


TED Talks Daily

최신 테드 강연을 매일 받아볼 수 있다. 스스로 찾아서 볼 때는 흥미가 있는 분야에만 편향되기 쉬운데 매일 피드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따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모든 분야를 고루 접하게 된다.


시종일관 밝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운동이 두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한 Wendy Suzuki의 <The Brain-Changing Benefits of Exercise>를 추천한다. 다 보고 나면 한동안 "I am Wonder Woman strong!"을 외치며 팔을 쭉쭉 뻗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Revisionist History

작은 아이디어가 무엇을 도화선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는지를 다룬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룬 <블링크(Blink)>, 성공의 결정적 계기를 다룬 <아웃라이어(Outliers)>, 무엇을 강점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지를 다룬 <다윗과 골리앗(David and Goliath)> 등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다수의 저서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한 주에 한 회씩 발행되며, 에피소드 10회가 한 시즌을 구성한다. 현재 시즌3까지 나와있다. 역사적 사건, 인물, 사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The Book Review

오로지 책에 관한 이야기. 문학과 비문학을 고루 다루며, 책에 얽힌 뒷이야기, 출판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 도서 판매 순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가와 직접 대담을 나누는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작가들이 직접 본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하나, 신중하게 말을 골라 품위 있게 이야기하는 이 영국 신사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자연스레 아름답고 스산한 그의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평생을 문학적 동지이자 인생의 반려자로 귀애했던 아내 팻 캐바나를 뇌종양으로 잃은 지 5년 만에 내놓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불완전하여 불온한 기억을 다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 사생활 밝히기를 꺼려하는 결벽한 심성마저 어쩌면 그렇게 본인의 소설다운지 모르겠다.


The Minimalists

미국에 미니멀리즘 열풍을 불러온 두 남자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이다.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고, 소중한 것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삶, 피상적인 것에 자기 자신을 빼앗기지 않는 진정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내에 번역된 공동 저서로는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스트>, <작은 생활을 권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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