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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이 시켜서 일하는 게 아니다

분명 자기 의지로 시작했는데, 남이 시킨 것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한 기수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분명 본인이 원해서 지원서 제출하고, 면접 보러 오고, 교육받아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그 의지와 열심을 끝까지 유지해 달라. 자신이 선택한 것인데 마치 남이 시켜서 하는 것처럼 태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지원서에서, 면접에서는 "열심히 하겠다, 배우겠다"라는 의지를 피력하지만 80% 정도의 대학생들이 그 초심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대협에서는 매주 전사 교육을 통해 일과 조직에 임하는 올바른 태도와 마인드에 대해 알려주며 팀워크를 해치는 문제 행동이 포착되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도 코칭해주고 있다. 이런 교육과 코칭 없으면, 대다수의 친구들이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회귀 현상은 자기 주관이 강한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성향일수록 빠르게 나타났다.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기 중에 꽤 오래 방황하던 친구가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다니게 됐다고 투덜투덜하더라. 사실 나 역시 그런 케이스였으나 나는 역으로 생각했다. '내가 바라던 대학보다 레벨을 낮춰서 들어왔으면 여기서라도 1등을 해야 나 스스로 후회하지 않겠다.'라는 생각과 '결국 내 인생을 쥐고 계신 건 하나님이시다. 학벌은 극히 일부일 뿐, 뭐든지 끝까지 가봐야 안다.'라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에 학점 4.4점(4.5점 기준)으로 수석 졸업을 할 수 있었으며 4학년 1학기에 조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1학년때부터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대외활동, 인턴 등으로 조직 경험과 실무 역량을 쌓으며 시간을 충실하게 보냈기에 SKT 자회사의 전략기획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즉, 어떤 단체에 소속되든 그곳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부정적 사고는 조직 적응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 사고는 조직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며 결국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반대로, 누군가는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여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놀랍게 성장한다. 그 시간이 축적되면 그들의 실력차는 상당히 커진다. 항상 기억하라. 그 단체를 먼저 찾은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선택한 일인 만큼 멋있게 해내보자. 남이 시켜서 마지못해 일하듯이 일하는 걸 부끄러워 하자. 이러한 마음가짐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그곳이 나를 받아줬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라. 시간이 지나도 그 사실을 리마인드 하라. 다른 조직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받아줬다면 나의 가능성을 봐준 조직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라. 그 마음이 나를 업무에 몰입하게 만들며 결국은 나의 실무역량과 조직역량을 성장하게 한다. 그 마음이 실로 나를 복되게 한다.


또한 단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라. 그 방법으로 제안하자면, 장점을 볼 때는 쪼개서 생각하고 단점을 볼 때는 폭넓게 생각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예를 들면, 리더, 동료, 교육, 프로젝트, 시설, 서비스, 문화 등으로 나눠 각각의 장점을 적어보는 것이다. 또한 내가 하게 된 업무를 쪼개서 적어보라. 새롭게 도전하게 된 업무, 전문성을 더 갖게 된 업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 외적으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적어보고 내가 성장한 부분들을 인지해보라. 장점이 꽤 많이 발견될 것이다. 단점을 생각할 때는 폭넓게 생각하라. 완벽한 사람 없듯이 완벽한 조직도 없는 법이다. 우리의 Family조차 아쉬운 점, 고쳐야 할 점이 있는데 그보다 큰 조직들은 얼마나 많겠는가. 또한 개인이 성장하며 단점이 보완되듯이, 조직도 (노력하는 리더가 있다면) 성장하며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 자체 본질에 대한 통찰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조직의 단점을 지적하는 건, 본인이 조직에 충분히 신뢰를 얻은 상태에서 하기를 추천한다. 사회생활의 경우 보통 3년은 묵언 수행을 하라고 한다. 아무래도 함께 보낸 시간이 짧은 상태에서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혹자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꼰대라고 말하려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이 그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지 않냐고 말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이밍을 말하는 것이다. 결혼으로 비유해 보자면,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상대 가족의 단점을 이야기한다면 그건 어떤 의도여도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신뢰가 쌓여서 정말 한 가족과 같이 되었을 때가 말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앞선 이야기를 나에게도 적용해 보자. 나는 주님이 나를 한대협 리더로 택해주심에 감사하며 사명으로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나의 인생과 기도가 심긴 곳이기에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딱 있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이? 누가 시켜서? 한대협을 하고 있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다. 나는 한대협에서 매주 대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이 진짜 행복하다. 내게 이런 귀한 친구들을 맡겨주시고 이런 사명을 맡겨주심에 감사하다.


수년 전, 누군가가 내게 "주말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새장에 갇힌 새 같다."라고 얘기하길래 "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이게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차분히 답변했던 생각이 난다. 정말 그렇다. 갑작스러운 신앙 고백이지만, 최고 경영자이신 하나님께서 나라는 사람20여 년 가까이 리더로 써주고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짜릿하다.


스스로 다짐해 본다. 앞으로도 평생 나의 조직과 업무, 직분에 대해서 주님이 맡겨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거라고. 노예근성으로 일하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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