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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속성이 사업의 기회가 찾아오게 만든 걸까?

선물처럼 찾아온 기회.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의 지도교수님이신 황용규박사님께서는 협회 초창기에 매주 토요일마다 디지털경제와 인재상에 대한 교육을 해주셨다. 2007년 2월 내 나이 23살, 한대협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우리 비전의 최종 목적지는 직장이 아니라 '1인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그 목적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한대협을 오기 전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직장 이후를 꿈꾸는 그 비전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에 대한 열망은 회사를 다녀보며 더욱 짙어졌다. 나는 첫 커리어를 전략기획실에서 시작했다. 그곳에서 내 역량을 훨씬 넘어서는 대단한 분들과 일할 수 있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나누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날 꿈틀거리게 했다. 서울대 출신의 선배님들, 정말 스마트하신 선배님들이 "직장 나가면 뭐 먹고사냐. 나는 이제 나이도 많아서 그 흔한 치킨집도 못할 거 같은데." 이런 말씀들을 자조 섞인 목소리로 자주 하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일찍이 도전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하지만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더라. 위기가 먼저 찾아왔다. 27살에 첫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둔 뒤, 남편의 버킷리스트였던 식당을 차려보았다. 하지만 개업한 지 불과 1년 만에 시원하게 망했다. 식당을 정리하고 남편은 다시 직장을 구했다. 남편은 경제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남편은 식당이 어려워지면서부터 내게 직장을 들어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첫째 아이를 키우며 둘째 아이도 임신한 상태였고 한대협을 수, 금, 토, 일 나가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기는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남편에게 참 서운했다. 집 안에 냉기가 돌았다. 우리 가정이 가장 어두웠던 시간이었다. (어떤 가정이든 우여곡절이 있는 법. 지금은 남편이 그 누구보다 소중한 파트너다. 오해 없으시길.) 설상가상이라더니, 그 당시 한대협도 대학생 공동회장들이 문제를 일으켜 150명 정도 되는 대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결국은 내가 리더십이 없어서 애들이 나간 것이다'는 상사의 책망과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가정에서도 한대협에서도 기댈 곳은 없었다. 그 당시 20대 후반. 내 마음은 난도질당한 것 같았다. 그저 울부짖는 기도로 내 마음을 풀어내고 삭혔다. 그래도 쉴 수는 없었다. 남은 실무진 20여 명과 대학생 2명과 함께 한대협의 기틀을 다시 잡아야 했다. 무엇으로 사람을 다시 모집해야 할 것인지 프로젝트 기획부터 홍보, 새로운 조직 구성, 아이들 교육까지..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나는 사업이 망했어도, 가정이 힘들었어도, 마음이 무너졌어도,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도, 육아하면서도, 한대협을 쉬어본 적은 없다. (둘째를 임신한 지 8개월이었을 때도 1박 2일 워크숍에서 새벽 4시까지 대학생들과 이야기 나눴던 것이 기억이 나니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에 한대협 외부 세미나를 진행할  남편의 前 직장 상사님, 당시 상무님을 강사님으로 모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무님께서 대협을 눈여겨보셨던 것. 그분이 P사로 이직하게 되시면서 우리 부부에게 대학생 써포터즈를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주셨다. 그때를 기점으로 사업자를 내어 지금까지 마케팅 대행사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회가 왔을까. 참 감사하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그 누구보다 하나님께 감사하다. 나는 감히 추측해 본다. 내 인생의 가장 힘들고 허기졌던 시간에도,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 하나님을 감동시킨 게 아니었을까 하고. 또 남편에게도 감사하다. 남편이 날 힘들게도 했지만 그래도 남편 덕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아닌가. 하하. 참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2014년 10월. 둘째 출산과 함께 1인 기업을 시작했다. 지도교수님으로부터 1인 기업이라는 비전을 들은 지 꼬박 7년이 지났을 때다. 막연하게 꿈꿨던 비전이 구체화되고, 그 사업을 만 10년 넘게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한대협의 대표 리더로서, 한대협의 비전인 1인 기업을 몸소 실천하여 본을 보여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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