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공감보다 따뜻한 조언이 문제를 풀리게 하고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소통의 기본자세로 '경청'과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늘 함께 붙어 다니며 강조된다. 나는 '경청'은 소통에 있어 기본자세가 맞지만 '공감'이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서는 공감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개인의 불행감을 더 증폭시키고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특별한 상황 몇 가지를 다뤄보고자 한다.
첫째, 상대방이 지나친 자기 연민이나 피해의식에 빠져있을 때 "그래 네가 얼마나 힘들겠니"라며 공감해 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을 그 불행감에 더 묶어둘 수도 있다. 그가 나의 잘못된 공감 때문에 자신은 불행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다. 자기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또는 환경을 탓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를 가로막고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빠지게 한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자기 연민이나 피해의식에 빠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가벼운 하소연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심각해진다. 이들이 10번 이야기할 때 10번 모두 공감해 주기보다는 5~6번은 토닥토닥해 주고 4~5번은 "그래도 네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때? 네가 이렇게 하기 나름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 그래도 이렇게 성장한 면이 있었네. 너는 실패한 게 아니야.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생각해 봐." 등등의 말들로 따뜻하게 조언해 주는 것이 오히려 좋다. 그들의 마음에 위안이 된다.
둘째, 상대방이 아주 가까운 가족, 특히 남편이나 부모님, 자녀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이야기할 때 공감해 주는 것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편 때문에 결혼 생활이 힘든 사람에게 공감해 주면서 "네 남편 진짜 못됐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가, 자기 자신이 가족을 비난하는 건 괜찮아도 다른 사람이 자기 가족을 비난하는 건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또 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의 가족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자기가 정말 결혼을 잘못한 것만 같아 더 절망스러움을 느낀다.
셋째, 상대방이 옳지 않은 생각, 비뚤어진 생각, 악한 생각을 할 때 공감해 주어서는 안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생각, 누군가에게 분을 품는 생각, 복수하겠다는 생각,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생각,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는 공감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때로는 전문가의 상담을 제안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공감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공감을 할 때는 적절한 수준의 리액션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본인이 더 흥분해서 한층 더 극단적인 말을 덧붙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결혼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사람은 절대 안 변해. 이혼해"라는 식으로, 맞장구를 친답시고 한 술 더 떠서는 안 된다. 이혼 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언사다. 이런 식의 공감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며, 나중에 상대방의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결론이다. 공감의 목적이 무엇인가.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해 주고, 그가 소통을 통해 보다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 목적을 이해하고 공감은 상황에 맞게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하며 적절한 수준의 리액션을 하는 공감의 스킬이 필요하다. 무조건 상대방 편을 들어주는 것보다, 때로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조언이 더 힘이 될 때가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