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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 노하우 전에 일에 대한 정서부터 체크해 보자

사실은 스킬의 문제보다 정서의 문제가 많다

나는 매주 토요일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 대학생 팀장들과 함께 그룹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한 팀장이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 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팁을 공유했는데 그걸 여기서도 풀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을 미루는 것은 업무 스킬의 문제보다 업무에 대한 정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정서를 바꾸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아 이 글을 써본다.


먼저, 내가 하는 일들을 나열해 보겠다. 나는 개인 사업과 한대협을 운영하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사업의 경우는, 마케팅 대행업이 주된 업으로, 여러 고객사와 매출 확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일하고 있다. 매일 달라지는 고객사 사정에 맞춰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방안, 비용 효율적인 방안을 제안하며 적극 대응한다. 한대협의 경우, 대학생들을 모집하는 공채 기획하고 다채로운 실무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영업, 인스타/블로그/유튜브마케팅, 기획, 인사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리고 대학생 팀들의 최종 기획안을 피드백한다. 그리고 매주 팀장들을 대상으로 그룹멘토링을 진행하며 한대협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인성, 자기 계발 방향성 등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e-한대협'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어가 한대협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온라인으로 확장하고자 빌드업하고 있다. 또한 현재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공부도 봐주며 저녁밥도 지어 먹인다. 나의 오후는 아이들 소리로 복작복작하다. 최근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해 일주일에 3번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한대협은 만 17년, 일을 한 지는 만 15년, 자녀양육은 만 13년이 됐다. 다양한 역할을 오랜 시간 잘 소화해 온 데에는, 시간 관리 노하우도 있겠지만 그 스킬보다 일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그 마인드 덕분에 지속적인 열정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 덕분에 시간 관리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꾸준히 일해온 힘은, 불안이나 강박이 아니었다. 완벽주의도 아니었고 누군가와 비교해서도 아니었다. 성공에 대한 집착도 아니며 일에 중독되서도 아니었다. 무보수로 20년 가까이 한대협에서 일해온 걸 보면 돈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한대협과 사업, 가정에서 꾸준히 일해왔던 힘은, 일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였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리더, 대표, 엄마로서 일을 할 때 누군가로부터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이 쉽게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아니어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이 일이 내게 주어졌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지 않은가? 나는 누군가가 나를 믿고 그 역할을 맡겨 주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이 마음가짐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일을 오랜 시간 기복 없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감사함을 계속 리마인드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평상시에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간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커피를 옆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재즈 피아노 음악을 틀고 일한다. 일을 긍정적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 조성도 한 몫 차지한다. 그리고 살짝 부끄럽지만, 내 마음속으로 일에 몰입하는 나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일할 때 멋지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오래 일해본 동역자들은 알겠지만, 대체로 나는 일을 미루지 않는 편이다. 그것도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나는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 잘하려는 마음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일에 달려들기 어렵게 만들고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마감기한에 닥쳐서 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업무 습관은 개인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그 스트레스로 인한 예민함이 가까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런 업무 습관이 있다면 교정하길 바란다.) 나는 일을 할 때 "일단 시작하자"라는 생각이다. 말 그대로 별생각 없이 그냥 시작하고 본다. 그 일이 짧은 시간에 해결되는 거라면 시작하고 바로 끝을 보지만, 장시간이 필요한 업무는 며칠 뒤에 종료하더라도 일단 시작을 해두는 게 내 업무 방식이다. 시작을 주저하면 일은 한없이 늘어지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법이다. 별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부터 해두면 끝을 보기도 쉽다.


이렇게 시작을 해뒀으니, '나는 그 일을 미루지 않았고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을 아예 진행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이 생각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또한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강의 준비를 할 때 '이 일은 내가 잘하는 거잖아'라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이 격려가 일에 대한 정서를 긍정적으로 만들며 일할 동력이 되는 것 같다. 또 나는 성과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이 없는 편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라는 자세로 일하되 결과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안 좋다면 그건 원인을 찾아 개선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든지 그 노력을 지속하면 결국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정리해 보자. 일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누군가가 보여준 나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에 감사하는 자세, 보답하는 자세로 임하자.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도록 커피, 음악 등으로 환경을 조성해 보자. 일을 잘하려는 마음을 경계하고 그냥 일단 시작하자. 자신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근거를 생각하며 자신을 격려하자. 결과는 내 소관이 아니니 생각하지 말자. 그냥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자. 한마디로 정리하면, 겸손하고 가벼운 마음. 이 마음이 나를 롱런하게 하고 언젠가는 나를 훨훨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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