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하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리더가 피드백을 돌려 말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분위기가 나빠질까 염려하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좀스러워 보일까' 두려운 마음이 크다. 작은 것을 지적하면 까다로운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기 때문에, 말끝을 흐리고 표현을 돌린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순간의 불편함은 줄여줄지 몰라도 결국 메시지를 흐리고, 관계와 결과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한 팀장의 사례가 있다. 한 팀원이 기획안을 제출했는데 오타가 많고 정렬이 맞지 않았다. 그는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확인해 주세요"라고만 말하고 넘어갔지만, 다음 기획안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었다. 결국 팀장은 "꼼꼼하게 확인한 거 맞아요?"라며 감정이 살짝 섞인 피드백을 내놓고 말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이 기획안을 예시로 드릴게요. 본인 것과 비교해서 정렬을 맞추고 제출 전에 오타를 꼭 점검해서 주세요."라고 요구했더라면 문제는 훨씬 빨리 해결됐을 것이다. 이건 팀원이 눈치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기준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반복된다. 어떤 팀원이 출퇴근할 때 인사를 어색하게 넘어가는 경우, 리더는 "OO님은 막내 티가 좀 나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귀엽게 넘기는 표현 같지만, 정작 어떤 행동을 바꾸라는 건지 아무 정보도 없다. 이 말을 들은 팀원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막내 티가 난다는 게 무슨 뜻이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눈치를 보라는 건가?' 혼란만 깊어질 뿐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OO님, 출퇴근할 때 적어도 같은 팀 동료들과는 눈 맞추고 따뜻하게 인사 나눠주면 좋겠어요." 이 문장은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전달한다. 상대는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를 즉시 이해하고, 이런 명확함이 오히려 상대를 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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