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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야 가능한 자기 객관화가 있다

감정이 가라앉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by 리더십마스터 조은지멘토

살다 보면 자기 객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다. 감정은 판단을 왜곡하고, 상대의 행동을 사실보다 크게 해석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기 객관화는 즉각적인 판단 능력이 아니라,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을 거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몇 년 전 있었던 일이다. 팀원과 부팀장을 한 기수씩 경험한 뒤 팀장으로 승진한 친구가 있었다. 일머리도 괜찮았고 태도도 성실했으며, 본인 스스로도 승진 의지가 강했다. 나는 그의 잠재력을 믿고 팀장으로 세웠다. 그러나 그는 기수 초반에 연락이 두절됐다. 결론적으로 나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그의 내면의 성숙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팀장이 된 뒤 말수가 줄어들었고 표정도 굳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리더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잠수를 선택했다.


그가 잠수를 탔을 때 유독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났던 이유가 있었다. 그는 팀장으로 승진하고 싶다는 의지를 수차례 강하게 표현했다. 나 역시 그의 열의를 믿고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더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기대가 있었던 만큼 실망도, 배신감도 컸다. 당시 나는 이 감정을 근거 삼아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그 순간의 나는 그의 무책임만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가라앉자, 같은 사건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보내던 작은 신호들이 떠올랐다. 팀장이 된 뒤 굳어진 표정, 줄어든 말수, 무거운 어깨. 그는 상위 리더에게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기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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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마케팅, 영업, MD 등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두아들의 엄마이자 12년째 개인 사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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