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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을 구한다더니 영업을 하더라

관계를 이용하는 순간, 평판은 무너진다

by 리더십마스터 조은지멘토

사람을 오래 가르치다 보면, 그 사람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고, 때로는 내 경험까지 아낌없이 꺼내준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과 제자 사이에는 단순한 관계 이상의 신뢰가 쌓인다. 이 신뢰는 말 몇 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태도로 쌓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신뢰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국내 유수의 기업에 취업했다가 퇴사를 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까지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멘토님, 제 사업에 대해 자문을 좀 구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시간을 내주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자리였고, 그동안의 고민이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내가 생각했던 자리와 전혀 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사업 이야기로 채워졌다. 고민을 묻는 질문도, 방향을 고민하는 흔적도 없었다. 이미 준비해 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문을 구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실제로는 영업의 자리였다.


시작부터 직감했다. 나는 지금 멘토가 아니라, 고객이구나.


영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수없이 영업을 한다. 문제는 방식이다. 관계의 이름을 빌려 경계를 흐리는 순간, 그건 영업이 아니라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이 된다. 특히 "자문을 구한다"는 말은 상대의 시간을 요청하는 말이다. 그 말에는 "당신의 경험과 생각이 필요합니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그 전제로 열린 시간을, 준비된 영업으로 채우는 순간 관계의 결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이 방식이 더 위험한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통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사람은 기억한다. "저 사람은 관계를 이용하는 사람이구나." 이 한 줄의 인식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어떤 제안도, 어떤 말도 같은 무게로 들리지 않는다.


평판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대단한 사건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선택들이 반복되면서 쌓인다. 그리고 반대로 무너질 때도 비슷하다. 한 번의 선택이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만들고, 그 한 번이 이전의 시간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이 일을 겪고 나서 기준이 더 분명해졌다. 영업은 영업이라고 말해야 한다. 관계와 기회를 섞지 말아야 한다. 관계는 쌓는 것이고, 기회는 제안하는 것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국 둘 다 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의 시간을 사용할 때는 더 정직해야 한다. 시간은 돈보다 더 민감한 자원이고, 그걸 속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순간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방향으로 틀어진다.


그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이전에는 그를 자랑스러워했다면 지금은 안타깝다. 신뢰는 다시 쌓을 수는 있어도, 이전과 같은 속도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관계를 이용하려는 순간 기회는 가장 먼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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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마케팅, 영업, MD 등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두아들의 엄마이자 13년째 개인 사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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