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글로 적어본다는 건 참으로 좋았다. 머릿속에서 뒤엉켜버린 생각의 실타래를 한가닥씩 뽑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면 막연한 두려움도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막연한 무기력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든 생각들에 대해 화면과 키보드를 통해 나와 내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에 가득 차 쿵쾅거리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처럼 나에게 글이란 참 신기한 약이다. 내가 토해내는 글도, 나와 비슷한 감성을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을 어루만지는 명약이 된다.
물론 아직 나를 알아가기 시작한 단계라, 어떤 날은 글을 쓰다가도 마음이 튕겨나가고, 어떤 날은 글을 쓰기도 전에 다시 다른 이들이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 같아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 하려 한다. 오늘처럼 다시 마음이 울렁이는 날, 한참을 마음속 미로의 길에서 헤매다, 다시 찾아온 나에게서 읽었던 그 마음을 겨우 기억해내어 본다.
지금.
이대로.
온전히.
행복하고 싶다고.
그러기에 매번 몰아내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매번 나를 찾아왔다고.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마음이 비추어낸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다. 거울 속의 내가 웃고 있는 모습이길 바란다면 거울 밖의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 비칠 수 있는 내 모습은 내가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거울 속 내가 그 표정을 짓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온 나와의 몇 번의 방황의 시간 끝에 그 간단한 진리를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머리로 알았으니 이제 몸으로 익혀야 할 차례.
어떤 표정이 행복한 표정인지 얼굴을 한껏 모았다 펼쳤다 눈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이렇게 저렇게 찡그려본다. 이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그 표정을 기억하기 위해 마음의 카메라를 꺼낸다. 피사체가 선명해지도록 카메라의 조리개를 조였다 열었다 하며 포커스를 맞춰간다. 딱 선명해지는 그 순간의 설정을 기록해 둬야 한다.
다양한 표정들 속에서 나의 진정한 표정을 찾았을 때, 그리하여 그 모습이 비친 거울 속 내 모습이, 나를 찾아온 나의 얼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나 자신 그대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표정과 그 포커스를 잡던 조리개 치수가 익숙해질 때까지. 조급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