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긴가 Apr 29. 2020

노오란 야생화

#2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는 어여쁜 꽃 사진을 보내셨다. 자정이 넘어 자기 직전에 받은 이른 아침의 청초롬 한 꽃 사진에 비몽사몽 문안인사 몇 마디와 저 꽃은 무슨 꽃인가요 하는 질문을 남기고 나는 꿈나라로 떠났다. 

이른 아침, 또 하나의 노란 야생화 사진과 함께 루비 산사라는 아빠의 단답형 대답이 도착했다. 그렇게 나는 이 어여쁜 노란 꽃을 루비 산사라고 단단히 오해해 버렸다.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고 루비 산사에 대해 알아보려 했을 때야, 루비 산사는 어젯밤 보여주신 그 하얀 나무라는 걸 깨닫는다. 뒤늦게 이 노란 꽃의 이름을 물어봤지만, 먼저 밤이 찾아온 아빠의 세상은 아무래도 오늘 내 답을 듣긴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오늘의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

며칠 전 화면 너머로 아빠는 세상이 난리라고 하셨다. 웃으시는 듯 속상하신 듯 투정 부리듯 울고 싶으시다며 막걸리를 꺼내셨고, 다가오는 어버이날 올해도 함께해드리지 못하는 나는 그저 웃으며 누가 우리 아빨 괴롭히냐며 실없는 농만 던지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었다. 

나이는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어, 이제는 어른인가 싶은 나이면서도 여전히 부모님의 짐을 덜어들이기엔 한없이 부족한 어린 나이다. 그렇다고 하루의 피곤함을 마냥 해맑은 얼굴로 재롱을 피우며 녹여드릴 애땟나이는 지난 지 한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 정하게 커버린 내 마음이 속상해 괜스레 노랗고 초록 초록한 이름 모를 꽃만 하염없이 그려본다. 어린 시절 그 빛깔이 내 나이에 조금이나마 물들까 싶어.

매거진의 이전글 풍난 백운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