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에너지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해 알아보자
바이오 리파이너리 (bio-refinery)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일 것입니다.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영어를 의역한 것으로 아직 번역된 한국어도 없습니다.
바이오 리파이너리의 사전적 의미는 ‘바이오매스에서 화학 제품과 바이오 연료, 바이오에너지 따위의 물질을 얻어 내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두 단어 ‘바이오매스’와 ‘바이오연료’란 단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는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체와 이들을 식량으로 하는 동물, 미생물 등의 생물유기체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로, 쉽게 설명하자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매스로부터 얻는 모든 연료입니다. 화석 연료로 인한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바이오연료를 향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바이오연료 시장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바가 많지 않고, 시장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비용과 효율성’, 결국 시장 경제 원리입니다. 화학 연료를 사용하면 비용도 적고 생산 속도가 높기 때문에 효율적인 반면, 바이오연료는 생명체를 이용하여 얻기 때문에 비용이 비교적 높고 생산 속도는 낮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관점에서 사용하기 꺼려지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해 누적해온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바이오연료 이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이오리파이너리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연구 중에 있고, 가장 대표적인 예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동물성 지방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바탕으로 제조된 긴 지방산 고리의 혼합물로, 경유와 매우 비슷한 연소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유의 대체 연료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디젤은 경유와 달리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연료로 쓰일 때도 독성이나 배출물이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이오에탄올은 곡물의 발효 생성물인 에탄올입니다. 이것은 순도가 높고, 석유와 다르게 연소시켰을 때 부산물이 나오지 않고, 이용 과정에서 환경오염 등 석유가 가진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문분야에서 고부가가치로 인정받는 물질들이 있는데 저는 ‘숙신산 (succinic acid)’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했던 연구주제이기도 한 숙신산은 생각도 못한 분야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저에게 큰 매력으로 느껴졌었기 때문입니다.
숙신산은 탄소 4개를 기본 골격을 갖는 유기산으로 주로 생명체의 대사과정 중 TCA cycle (Tricarboxylic Acid cycle)의 중간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숙신산은 대사과정 참여 물질 외에 산업적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물질입니다. 음식 산업의 경우, 숙신산은 음료 향신료(flavoring enhancer), 음식 촉매제로 쓰이고, 미국 식약처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제약 산업에서 숙신산은 항암제(anticarcinogenic agent)와 인슐린 촉매제(insulinotropic agent)로 기능합니다. 또한 화학 산업에서, 숙신산은 여러 고부가가치 물질들(1,4-butanediol, tetrahydrofuran, butyrolactone 그리고 polybutylene succinate 등의 폴리에스테르)의 전구체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숙신산은 화장품의 성분들 (diethylhexyl succinate, diethyl succinate, diisooctyl succinate) 등의 전구체로써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숙신산의 높은 활용도 덕분에 바이오 리파이너리 분야에서 미생물을 통한 숙신산 생산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숙신산 생산 연구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숙신산을 잘 생성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잘 생성하도록 키우기 2)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숙신산 생성량을 늘리기 3) 미생물이 만든 숙신산을 잘 방출하도록 하기.
첫 번째는 소위 ‘배양’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신산을 잘 만드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해당 미생물이 숙신산을 더욱 잘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찾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되는 숙신산 생성 미생물로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이하 E. coli), 숙신산 생성균(Actinobacillus succinogenes. 이하 A. succinogenes) 등이 있습니다. A. succinogenes는 소의 장내 박테리아로 숙신산을 잘 생성하는 특성으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양 연구에서는 A. succinogenes를 여러 영양 조건, 온도, pH 등에서 배양하여 가장 숙신산을 많이 생산하는 조건을 찾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A. succinogenes를 주로 배양하는 조건은 37℃, pH 7, 영양 배지와 포도당 조건입니다.
두 번째는 '유전공학'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의 대사과정에는 다양한 효소들과 조절인자들이 기능합니다. 이때 효소의 양이나 활성(기능하는 정도), 조절인자들의 생성 등을 조절하면 대사산물의 양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숙신산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의 발현을 높이거나 낮추는 조작을 통해 숙신산 생성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 succinogenes에서 숙신산을 생성하는 효소의 유전자 양을 증가시켜 효소의 양을 증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숙신산 생성하는 반응이 더 높아져서 더 많은 숙신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소속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MDH (Malate Dehydrogenase) 효소를 과발현 하면 숙신산 생성이 11.8%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유전자 조작을 여러 번 진행하면 칵테일 효과로 숙신산 생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은 미생물 안에서 생성된 숙신산을 얻기 위한 연구입니다. 미생물이 수송체를 통해 숙신산을 밖으로 내보내 줘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수송체의 활성을 높이거나 수송체 양을 높이는 등의 조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생물은 숙신산 외에 부산물들도 방출합니다. 별도로 부산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비용 소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다른 미생물을 이용해 부산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공동배양 ‘Co-culture’라고도 합니다. 숙신산을 생산하는 미생물 A와 미생물 A가 만드는 부산물을 소비하는 미생물 B를 함께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미생물 A로부터 숙신산을 얻고, 다른 부산물들은 미생물 B가 없애주기 때문에 숙신산만 얻을 수 있어서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산업에서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국내의 한 대학 연구실은 A. succinogenes과 Metharnocarsina bakeri (M. bakeri)의 공동배양을 연구했습니다. A. succinogenes이 당을 먹고 숙신산과 부산물(에탄올, 아세트산, 포름산)을 생성하는데, M. bakeri는 아세트산을 먹는 미생물이기 때문입니다. A. succinogenes과 M. bakeri 두 미생물 모두 잘 생장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배양하면서 부산물인 아세트산을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M. bakeri에 대한 선행 실험(실험적 적응)을 바탕으로 아세트산을 약 30mM 제거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아세트산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공동배양을 통한 부산물 제거란 아이디어와 배양 조건 조정 등 실험에 쓰인 여러 요인들을 활용하면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석유화학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지한 후 바이오 리파이너리 연구가 활발하고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2002년에 미국은 바이오 리파이너리 산업의 2030년까지 장기적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바이오 연료 시장 연평균 15% 확대, 바이오제품 시장 연평균 5.7% 확대) 또한 2012년에는 석유 소비량에 대해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50%를 바이오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비슷하게, 유럽은 2014년에 개발 연구(R&D) 지원,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했고, 바이오 기반산업연합을 설치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이오 리파이너리 연구 및 시장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02년에 바이오매스에 대한 2020년까지의 로드맵을 발표, 탄소세 도입 등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2013년에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자급자족형 에너지 도시 조성 등을 계획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과거에 비해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바이오산업 안에서도 세부 카테고리가 많이 나뉘지만,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가 커지는 만큼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원료물질 생산을 위한 연구를 주목하고 있고, 2007년 이후 바이오연료의 시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리파이너리 연구가 정부기관, 대학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바이오가스 생산기술 외의 분야에서는 상업화가 아직인 상황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세라믹기술원은 2019년 ‘국내 미활용 바이오매스 통합 활용 체계 구축’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바이오매스에 대한 관점을 ‘처리’에서 ‘자원’으로 바꾸고, 폐기물 처리 등이 아닌 자원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기초 과학부터 공학적 측면까지 모두 필요한 분야인 만큼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연구개발이 성공해 산업체에 쓰일 수 있다면 금액적 측면을 넘어 환경과 미래세대에 큰 가치를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비전공자들·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① 위키백과 ‘바이오디젤’
https://ko.wikipedia.org/wiki/%EB%B0%94%EC%9D%B4%EC%98%A4%EB%94%94%EC%A0%A4
② 나무 위키 ‘바이오에탄올’
https://namu.wiki/w/%EB%B0%94%EC%9D%B4%EC%98%A4%20%EC%97%90%ED%83%84%EC%98%AC
③ 위키백과 ‘숙신산’
https://ko.wikipedia.org/wiki/%EC%84%9D%EC%8B%A0%EC%82%B0
④ Yujin Cao. Fermentative Succinate Production: An Emerging Technology to Replace the Traditional Petrochemical Processes. (2013) BioMed Research International. 2013
⑤ SN Kim. Adaptation of Methanosarcina barkeri 227 as acetate scavenger for succinate fermentation by Actinobacillus succinogenes. (2020) Applied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⑥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바이오매스 자원 활용 통한 미래 에너지 대체. 이창수 기자. 농기자재신문. 2019-12-16
⑦ Michael T. Guarnieri, Yat-Chen Chou, Davinia Salvachúa, Ali Mohagheghi, Peter C. St. John, Darren J. Peterson, Yannick J. Bomble, Gregg T. Beckhama. (2017) Metabolic Engineering of Actinobacillus succinogenes Provides Insights into Succinic Acid Biosynthesi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83(17):14-27
⑧ J. Zeikus. Biotechnology of succinic acid production and markets for
⑨ Derived industrial products (1999) Applied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⑩ James McKinlay, Michigan State University
(https://genome.jgi.doe.gov/portal/actsu/actsu.home.html)
⑪ 픽사 베이
⑫ Anders Haaker. Biomass and the city. bioenergy international 2016-02-01
⑬ 석유고갈 대비하자. 세계는 ‘바이오’ 전쟁中. 이재웅 기자. 동아일보. 2014.01.17.
⑭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비율 확대한다”. 변국영 기자. 에너지데일리. 2020-11-12
⑮ 착한 에너지가 모여 사는 동네, 우리나라의 친환경에너지타운. 민경미 작성. HMG journal. 2017-1-19